비둘기의 삼매경 두번째 사진입니다.
모이 쪼는 모습은 같은데 삼매경(1)과는 주위 여건이 다릅니다.
추위가 매섭던 1년 반 전 성탄절, 도심 대로변 공간 구석에 모여 있던 비둘기들에게 길 가던 분이 큼지막한 봉지를 꺼내더니 부어주곤 떠났습니다. 거리나 공원이나 아파트에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라'는 경고 문구가 무색한 순간입니다.
하지만 기분은 묘합니다. 정신없이 먹이를 쪼아먹는 비둘기를 보노라면 이 추운 겨울에 먹을거리가 부족한 건 사실입니다. 엄동설한 바깥에 먹을 걸 찾기란 어렵지요. 이 분은 축하의 성탄절, 배곯는 비둘기에게서 '사랑'을 던지고 갔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한때는 편지를 물고 전해주던,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이젠 과잉번식으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환경부 2009년)돼 있습니다. 지난 2023년 12월엔 '먹이주기 금지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비둘기 등에게 먹이를 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민원이 접수되면 지자체에서 기피제를 뿌리거나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하는 장치(버드 스파이크 등)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겨울 추위에 한 시민이 부어놓은 먹이를 조아먹는 비둘기들. 무언지를 자세히 알아보려다가 비둘기가 날아갈까봐 확인을 하지 못했다. 사진을 찍고 돌아섰을 땐 콩이려니 했는데, 사진을 보니 도정을 하지 않은 벼와 비슷하게 생겼다. 비둘기들이 성탄절, '사랑의 모이'에 반색하며 포식 중이다.
깃을 움추렸던 비둘기들이 오랜만에 먹음직스런 먹이를 보자 날개를 퍼덕이며 생동감을 보이고 있다. 이상 정기홍 기자
도심 비둘기는 요즘 개체수가 많이 늘어 이를 줄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배설물은 강한 산성으로 일반 건물, 차량 부식은 물론 문화재 훼손을 하고, 음식쓰레기를 먹어 배설물엔 기생충, 중금속, 곰팡이 등이 있다고 하고, 아토피성 피부염 매개체도 된다고 합니다.
비둘기는 겨울 추위는 어디서 녹이며 지내며, 밤엔 어디에서 눈을 붙일까요?
도심 비둘기는 집비둘기로 예전 절벽과 바위 틈에서 살던 바위비둘기입니다. 도시로 와서 콘크리트와 시멘트 구조물을 바위 벽처럼 여기고 갈라진 틈이나 교각 등에서 삽니다. 도심 나무나 전봇대 등에서 듣기 좋지 않은 우는 멧비둘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최신 전국 비둘기 수 집계는 2022년도 수치로 122만여 마리이군요. 127만 여마리에서 줄었다고 합니다. 이중 도심 비둘기(집비둘기+멧비둘기) 수는 50만 마리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중 전국의 집비둘기 수를 최소 18만 3334마리에서 최대 29만 5507마리로 추정했습니다.
참고로 각국의 비둘기 퇴치법은 ▲불임 성분이 섞인 약 먹이 제공(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먹이 제공 시 벌금 부과(영국) ▲비둘기 알 부화 불능 상태로 만듦(프랑스) ▲비둘기 알을 까면 알 바꿔치기(스위스) ▲비둘기 포획과 중성화 수술(벨기에) 등이 있네요.
위의 사진에서 보듯 겨울은 비둘기가 지내기 어려운 계절입니다.
아파트 베란다나 주택에 먹이통을 설치해 도심에 날아든 새들이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우게 하는 '버드 피딩(Bird feeding)' 문화도 있습니다. 배설물 받침대도 설치하는군요. 비둘기에 비슷하게 적용 가능한 방법을 찾기 어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