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을 가나 이제 도심의 비둘기는 토착화 돼 인간과 제일 친숙한 관계로 설정된 새입니다. 사람이나 새나 서로 익숙합니다.
오가는 길섶에서 먹이를 쪼는 모습은 흔하디 흔하고, 발소리를 내 접근해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얄미울 정도로 '알았다는 듯' 여유를 부리면 '좌우 클릭' 자리 이동도 해줍니다. 내성이란 참 대단합니다.
이렇다보니 개체수가 많이 늘었지요. 배설물은 골칫거리가 돼 있습니다. 강한 산성으로 일반 건물, 차량 부식은 물론 문화재 훼손 등 문제가 심한 모양입니다. 음식쓰레기를 먹어 배설물엔 기생충, 중금속, 곰팡이 등이 있다고 하고 아토피성 피부염 매개체도 된다고 하네요.
오죽하면 '먹이를 주지 마시라'는 경고 문구를 곳곳에 써붙여놓겠습니까? '평화의 상징' 비둘기도 과잉번식으로 인한 폐해로 이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환경부 2009년)돼 있고, 2023년 12월엔 '먹이주기 금지법'(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비둘기 등에게 먹이를 주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비둘기의 특별한 모습을 2제로 소개합니다. 표제는 '삼매경'입니다. 지난 4월 5일 한식날이자 식목일에 찍은 것과 2023년 12월 25일 사진입니다.
아래 1제는 한식날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찍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아름드리로 큰 잣나무에 밑에 모여 무언가를 쪼는 모습. 비둘기가 한곳에 무리로 모여 머리를 땅으로 박은 채 무언가를 먹는 것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땅속 개미나 벌레들이 나왔나 하며 지났다.
분명 잣나무 아래엔 먹잇감이 있다. 이상 정기홍 기자
지금의 도심 비둘기들은 예전 바위비둘기로 불렸던 종으로 대규모 국제행사 때 '평화'를 상징한다며 날려보낸 것이 과잉번식 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때 '평화'를 상징한다며 3000여 마리를 날렸고,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2400여 마리를 날려보냈습니다.
도심 비둘기는 집비둘기로 예전 절벽과 바위 틈에서 살던 바위비둘기입니다. 도시로 와서 콘크리트와 시멘트 구조물을 바위 벽처럼 여기고 갈라진 틈이나 교각 등에서 삽니다. 도심 나무나 전봇대 등에서 듣기 좋지 않은 우는 멧비둘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최신 전국 비둘기 수 집계는 2022년도 수치로, 122만여 마리이군요. 전년도 127만 여마리에서 줄었다고 합니다. 이중 도심 비둘기(집비둘기+멧비둘기) 수는 50만 마리로 추정되기도 합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중 전국의 집비둘기 수를 최소 18만 3334마리에서 최대 29만 5507마리로 추정했습니다.
지구촌 여러 곳에서, 지근의 인간 군상들이 시간이 모자랄새라 전쟁과 아귀다툼을 벌이는 이 때,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와의 공생은 불가능한 것일까요?
현재로선 길양이 중성화처럼 먹이를 주지 않고 토착화를 줄이고, 개체수를 줄여가는 방안이 최선이랍니다.
집비둘기는 2~9월 주택이나 나무에 알을 낳는데, 1년에 최대 5회 정도 부화해 번식력이 강합니다.
참고로 각국의 비둘기 퇴치법을 보면 ▲불임 성분이 섞인 약 먹이 제공(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먹이 제공 시 벌금 부과(영국) ▲비둘기 알 부화 불능 상태로 만듦(프랑스) ▲비둘기 알을 까면 알 바꿔치기(스위스) ▲비둘기 포획과 중성화 수술(벨기에)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먹이 주지 말라는 단편적이고 마구잡이식 방법이 아닌 공생적인 진전 방안을 찾아볼 이유는 있습니다. 다만 불임약을 섞어 주자니 까치, 참새, 박새 등이 해를 입는 등 해결책은 쉽지않은 모양입니다.
위의 몇 장 사진처럼 평화롭게 먹이를 쪼는 비둘기 모습에서 '평화'와 '여유'를 느끼기엔 충분하지 않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