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7월 말 타결된 한미 무역 협상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8%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미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의 역할과 활동 반경을 넓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각) 입수한 미국 정부 내부 문서를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외교·안보·정치와 연관지어 타국의 양보를 얻어내는데 활용하려 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가운데 한미 합의 초기 초안'에서 미국은 한국이 지난해 기준 GDP의 2.6%인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3.8%로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 증액을 원했다.

또 "대북 억제를 계속하는 동시에 대중국 억제를 위해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이 내용은 미국의 각 정부 부처가 한미 무역협상을 앞두고 한국에 요구할 사항에 적시됐다.

다만 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이 같은 요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양국의 무역 합의 발표에 이 같은 안보 이슈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 협상단은 "한미 무역 합의 과정에서 방위비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미 관세 협상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 서명하고 있다. 미 백악관 X

이와 관련 양국 정가에서는 한국에 이런 것을 요구했는지 여부를 떠나,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이 사실을 연막으로 띄운 뒤 정작 카드는 내놓지 않고 관세 협상이 미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가져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종합하면 미 정부는 이달 중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과 전략적 유연성 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