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에 있는 협력업체의 보안경비원이 원청업체 사무실 냉장고에서 1050원어치의 과자를 꺼내 먹었다가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초코파이 사건’은 노조 활동 때문이었다는 주장이 변호사의 입에서 나왔다.

단돈 천 원짜리 절도로 사안이 경미한데도 재판까지 이어진 것은 해당 직원의 노조 활동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20일 변호사 등에 따르면, 전북 완주군 협력업체 직원 A(41) 씨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재하청업체(협력업체)에서 보안경비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협력업체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450원짜리 초코파이와 600원짜리 커스터드를 꺼내 먹었다.

협력업체 관계자가 112 전화로 경찰에 신고해 A 씨는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사안을 경미하게 보고 약식기소했으나, A 씨는 무죄를 주장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벌금 5만 원이 선고됐고, 이에 불복해 항소심(2심)이 진행 중이다.

A 씨가 근무하는 업체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청소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재하청 업체다. A 씨는 이곳에서 보안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그룹사의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차와 먼저 도급계약을 하고, 이를 재하청해주는 ‘다단계 계약구조’의 최하단에 있는 업체 종사자다.

A 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이 업체에서 15년째 근무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가 2022년 노조 활동을 하면서부터 회사와 작은 알력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재하청 업체는) 사실상 인력만 파견하는 인력파견 업체로,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사업장의 원청사(현대차)와 중간 원청사(현대엔지니어링)가 모두 현대차 자본”이라며 다단계 하청 구조 개선을 주장했다.

또 성과금 차별 중단과 사내 하청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해왔다.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 있였던 2024년 1월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요구로 A 씨가 근무하는 재하청 업체가 하청에서 탈락된 때다.

이후 다른 업체가 재하청을 했고 A 씨 등은 이 업체와 다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A 씨의 노조 활동을 제약하기 위해 본보기를 보이려 한다는 의혹도 나온다.

A 씨의 변호인은 이번 사건은 고발부터 조사까지 빠르게 진행됐고, 이 사건처럼 경미한 사안이면 합의하는 경우도 많지만 업체 쪽에서는 처벌 의사를 밝혔다.

업체가 A 씨를 고발하면서 증거로 제시한 CCTV 영상에는 A 씨 외의 다른 인물도 있었지만 A 씨만 고발했다.

A 씨는 "평소 동료 화물차 기사들이 '냉장고에 간식을 가져다 먹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꺼내 먹었다"며 "과자를 꺼내 먹었는데 왜 절도인지 모르겠다.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냉장고에 있는 간식을 직원들이 이곳에 머무르는 기사들에게 제공한 적은 있지만, 기사들이 허락 없이 간식을 꺼내 간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A 씨의 변호사는 "현재까지 A 씨가 쓴 변호사 비용은 1000만 원이 넘을 것"이라며 "노조에 속한 직원들도 무기계약직이어서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은 시시비비가 제대로 가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8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변호인은 “과자를 훔치려는 고의가 없었으므로 벌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공개된 장소의 냉장고에서 과자를 꺼내 먹을 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하느냐"며 "진짜 훔치려 했다면 상자를 통째로 들고 갔지, 초코파이 한 개와 커스터드 한 개만 가져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뒷받침할 증인 2명도 신청했다.

항소심 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는 "각박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며 "절도는 타인의 소유·점유 물건을 동의 없이 가져오면 성립하는 만큼, 피고인의 행위가 악의적이진 않더라도 법리적으로 문제 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30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