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화재로 647개 정부 서비스가 중단돼 복구 중인 가운데 일부 서비스의 경우 최대 한 달 치 데이터가 영구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난 전산실에 있던 정부 공통 클라우드 시스템인 ‘G드라이브’가 손상돼 이곳에 모든 자료를 보관하던 인사혁신처 업무자료가 손실됐다. 이번 화재로 데이터 손실이 실제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행정안전부는 “국정자원 서버엔 월말에 이관하는 데이터들이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이번 화재로 9월 1일부터 26일까지 자료가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30일 밝혔다.

신규 데이터를 즉시 백업하지 않은 것들이다.

화재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27일 소방 대원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담긴 소화 수조에 물을 뿌리고 있다. 국무총리실 SNS

인사처의 경우 공무원 인사 관련 자료가 통째로 소실돼 복구 가능성이 불투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이 인사처로부터 받은 ‘국정자원 화재 피해 및 조치사항’ 자료에 따르면, 인사처는 “G드라이브 내 모든 업무자료 손실이 예상된다. 전 부서 업무수행에 차질 예상”이라고 밝혔다. G드라이브는 유일한 업무용 파일 저장소다.

인사처는 보안 등 이유로 파일을 업무용 PC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는다. 재부팅할 때마다 파일이 전부 초기화되는 시스템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사내망에 있는 자료나 e메일, 홈페이지 등에 게시된 자료를 긁어모으고, PC에 담긴 1개월 치 자료를 복구해 임시방편으로 업무 자료를 복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화재 발생 이후 나흘이 지나서야 시스템 접속 불가, 업무자료 손상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사처가 이 정도인데, 정부 전체로는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이 정부는 의도적으로 은폐하려 했거나 아예 몰라서 발표를 못한 것이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실제 국립묘지 안장 신청 9월 한 달 자료도 사라졌고, 정부 도서관리시스템, 통계청 근무성적평가 처리 시스템 등의 데이터도 소실됐다.

따라서 영구 소실 데이터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자원 본원은 중요도에 따라 서비스 데이터를 실시간에서 최대 일주일 주기로 백업하고, 이후 한 달에 한 번 이 데이터를 광주 분원으로 이관한다.

한편 30일 오후 8시 기준 전체 647개 시스템 중 95개 서비스가 복구돼 5일 만의 정상화율은 14.6%에 머물렀다.

수사 중인 경찰은 이날까지 화재 현장 작업자와 관련 업체 관계자 13명을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