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 검사가 정성호 법무장관이 검찰의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자 "깡패 두목이나 행동대장들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수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검 임풍성 형사3부장은 최근 검찰 내부망에 '검사의 명예를 더 이상 더럽히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이 말했다. 임 부장은 “장관님,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다 하셨다”며 “도대체 그 ‘신중’은 무엇을 말하시는 거냐”고 물었다.
정성호 법무장관이 대장동 사태와 관련해 국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방송
이어 “제 수사 경험상 깡패 두목이나 행동대장들이 빠져나가려고 할 때 ‘나는 지시한 적 없다. 밑에서 하겠다고 하니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했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떠넘긴다”고 했다.
임 부장은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진우) 검사장님께선 ‘거친 바다에 떠 있는 배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떠내려가지 않도록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앵커(닻)가 바로 검사’라고 하셨다”며 “후배 검사 중 그 누구라도 앵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면, 검사장님도 언제든 같이 하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 검사장님은 앵커 역할을 하셨느냐. 제가 볼 땐 아닌 것 같다”며 “(저는) 부끄럽다. 검사장님도 부끄러운 줄 아시라”고 말했다. 대검의 항소 포기 지시를 그대로 수용한 정 지검장의 결정은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임 부장은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더 이상 추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언급했다. 노 대행은 전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또 “‘그 외 분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셨느냐. 누군가가 책임지고 물러난다고 해결되지 않을 엄청난 사태”라고 통탄했다.
임 부장은 사법연수원을 38기로 수료한 뒤 광주·수원·전주지검 등 수사 일선에서 일했다.
2023년 9월 살인 등 강력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부부장으로 부임했고, 지난 8월 인사에서 광주지검 형사3부장으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