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미국 주주들이 한국에서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손해를 입었다며 쿠팡을 상대로 주주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쿠팡이 한국에서 벌어진 정보 유출 사태를 미국에서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고, 주가가 하락해 미국 주주들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우리 국회에 나와 이번 사안이 미국에서 공시할 만큼 중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발언한 바 있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주주 조셉 베리는 지난 18일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거랍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주주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베리는 올해 8월 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쿠팡 주식을 취득한 투자자들을 대신해 이번 소송을 냈다. 소송을 대리하는 로런스 로젠 변호사는 소장에서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평가된다”며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팡의 부적절한 사이버 보안 프로토콜로 인해 전직 직원이 거의 6개월 동안 민감한 고객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며 “이로 인해 쿠팡은 규제 및 법적 조사의 위험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알게 됐을 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서를 통해 공시하지 않았다”며 “회사의 사업과 관련된 불리한 사실을 잘못 진술하고 공개하지 않아 중대한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를 유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지난달 18일 유출 사태를 인지했는데도 영업일 기준 4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며 “심지어 언론 보도 후에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SEC는 사이버 보안 사고에 대한 공시 절차상 기업의 평판과 고객 신뢰가 훼손된 경우 등을 ‘중대한 사고’로 명시하면서 4영업일 이내 이를 공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달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가 개최한 쿠팡 정보 유출 사태 청문회에서 로저스 임시대표는 “SEC 규정에 따르면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중대 사고가 아니어서 공시할 의무는 없었다”며 “만약에 미국에서 이번 사고가 벌어졌다면 데이터의 민감도를 고려했을 때 법률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0일 사임한 쿠팡 박대준 대표 후임으로 임시 대표를 맡은 해롤드 로저스 미국 쿠팡Inc 최고관리책임자가 국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 있다. 국회방송
쿠팡에서 유출된 정보의 종류가 민감하지 않아서 미국에서는 법 위반, 즉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미국에서 집단소송을 제기한 측은 쿠팡이 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쿠팡 주가는 쿠팡이 정보 유출 사태를 공지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28.16달러에서 이달 19일 23.20달러로 마감해 약 3주간 18% 하락했다.
한편 쿠팡은 2021년부터 미국 행정부와 의회 등을 상대로 막대한 로비를 벌인 것으로도 나타났다.
미국 연방 상원이 공개한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021년 3월 뉴욕증시에 상장된 뒤인 같은 해 8월부터 최근까지 5년간 로비 활동에 총 1039만 달러(약 153억 8000만 원)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