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대한항공으로부터 160만 원상당의 호텔숙박권을 받은 것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기사에 내용이 있는데 그걸 왜 묻냐. 상처에 소금 뿌리고 싶냐"며 '대담한' 말을 내뱉었다. 언사는 '한 성질하듯' 늠름했다.
누가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적하느냐는 듯 고압적이었고, 이런 건 다른 의원도 다 받는다는 듯 국민들로선 알 길 없는 4차원적 말을 던졌다. 마치 '방귀 낀 놈이 성 낸다'는 말처럼 득의양양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델리민주
그는 이날 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이후 호텔 숙박권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적절하지 못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건가"라며 "맞아요. 됐어요?"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면서 당당했다.
앞서 한겨레신문은 김 원내대표가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으로부터 받은 호텔 숙박 초대권으로 2박 3일간 165만 원 상당의 최고급 객실과 서비스를 이용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은 "이틀간 숙박료 145만 원과 두 사람 조식 비용 12만 8천 원, 추가 침대 비용 7만 원을 합쳐 김 원내대표 가족의 호텔 숙박비는 164만 8천 원"이라며 세부 내역도 밝혔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의 비서관은 대한항공 관계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의원님이 칼(KAL)호텔 투숙권을 받으신 것 같다"고 말한 데 이어 "로얄스위트룸을 가고 싶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11월 22일부터 2박 3일간 로얄스위트 예약이 가능하다"고 답했고, 이 비서관은 "의원님에게 보고 드렸다, 의원님이 칼호텔 방문하신다고 말씀 좀 전해 달라"고 했다.
이후 대한항공 측이 "엑스트라 베드 요청하냐"고 묻자 "네 형님! 부탁드린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이어 김 원내대표 아들의 조식까지 챙겼다고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이었고, 올해 6월까지는 정무위에서 활동했다.
논란의 이들 문자가 오갔을 당시, 그가 소속됐던 국토위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건, 정무위에선 대한항공 마일리지 현안이 논의되고 있었다.
이를 접한 여론의 비난은 그의 대담했던 말투보다 더 거셌다. '무대뽀 말'을 뱉던 그의 빳빳하던 혀는 옹그릴 수밖에 없었다.
"이유불문 적절치 못했다"며 "숙박비를 즉시 반환하겠다"고 했다. 이어 "호텔 1인당 30만 원짜리"라고 둘러댔다. 최상급 호텔 숙박비가 버젓이 적혀 있고 '공짜 숙박'을 했는데도 말이다. 고관대작에겐 깎아주는 이상한 호텔 상거래도 있는 모양이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금품은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의 해명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짐작 가능하다.
이런 분위기를 잠재우려고 뛰어든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거들다가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는 “원내대표께서 (호텔 숙박권을) 직접 받으신 게 아니어서 잘 몰랐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 같지 않은 변명을 해 빈축을 산다.
국민의힘은 "반복되는 여당 실세의 금품수수와 갑질 논란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날을 세웠다. 어찌 말이 의례적으로 들린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김 원내대표는 올해 국정감사를 앞둔 지난 9월에도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 만나 5성급 호텔에서 70만 원상당의 식사를 해 문제가 됐다.
그는 "여당 원내대표로 할 일을 한 것"이라며 "자신이 먹은 건 파스타로 가격은 3만 8천 원짜리"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합석한 이들은 배 터지게 먹어 식사 후 화장실에 들락날락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에게 제공될 수 있는 식사 한도를 1인당 5만 원으로 정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이 당연히 나올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있어야 한다.
기자가 김 원내대표께 묻습니다.
"위의 법 조항들을 잘 보셨는지요"
"이래도 되는 건지요"
"꼬우면 국회의원 하라고요?"
"김 원내대표의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게 아니라 국민 속 마음에 염장지르는 말입니다"
고가의 음식은 세치 혀로 입에 들어가지만, 세치 혀에서 나오는 말은 자칫 흥망을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