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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겨울 끝자락, 가뭄 속의 밭작물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2.23 12:36 | 최종 수정 2023.04.29 14:49 의견 0

겨울 가뭄이 길어지면서 농작물의 봄 작황이 썩 좋지 않습니다. 겨울 작물들은 눈비가 많지 않은 겨울을 이겨내야 하기에 생리적으로 최소한의 물로만 견딜 수 있게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경남 지방에 겨울 가뭄이 두달 정도를 이어지면서 생물들이 몹시 힘들어 보입니다.

지난 22일 남녘의 겨울 밭작물 풍경을 몇 컷 찍었습니다. 경남 진주시 진성의 밭에 심어져 있는 농작물들입니다.

보리밭의 경우 도회지 생활에선 좀체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요즘엔 시골에서도 찾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계절이 오가는 절기는 속이지 못하듯 날씨가 점점 풀리고 비가 내리면 이들 생물은 양기를 받고서 몸집을 키우겠지요.

지난 가을 늦게 뿌린 보리씨가 한겨울을 이기고 자란 모습. 정기홍 기자

위의 사진은 산자락 옆 자투리밭에 심어진 보리를 찍은 겁니다. 긴 가뭄이라지만 양지바른 곳이어선지 푸른 빛이 강합니다. 보리의 강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널찍한 밭에 집에서 먹을 정도만 심은 듯 3줄만 파종했네요. 옆에는 '봄것'을 파종하려고 벌써 땅을 갈무리 해놓았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분은 저 보리밭을 보면 토끼와 꿩을 잡으려고 빨간 열매 안에 청산가리를 넣고 밭 가운데 꽂아 놓던 추억이 생각날 겁니다.

보리밟기도 있지요. 밭농사 작업의 하나입니다. 뿌리가 말라죽지 않고 땅에 잘 내리게 하는 것입니다. 보통 음력 12월~정월에 하는데, 개별 농가에서 하지만 학창 시절 전교생이 야외 학습으로 보리밭에서 줄지어 서서 밟았지요.

밑의 사진은 시금치밭입니다.

길가의 짜투리땅에 심어진 시금치. 정기홍 기자

자투리땅에 심어놓은 시금치인데 겨울 가뭄으로 자람에 생체기가 난듯합니다. 누른 잎이 많은 게 가뭄으로 인해 마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금치 특산지인 경남 남해 등 경남 지방엔 겨울철 노지시금치를 많이 재배합니다.

이제 날씨도 조금씩 풀리고 있고, 비만 축축하게 내리면 금방 파릇해질텐데 봄비가 기다려집니다.

밑의 사진은 마늘밭입니다.

노지 마늘밭. 정기홍 기자

지난 겨울은 제법 추웠는데 마늘밭을 보니 그런대로 잘 이겨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시금치처럼 비만 조금 내리면 키가 금방 커질 듯합니다.

이 모든 것이 겨울과 봄 간에 볼 수 있는 계절 정취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하찮은 것인데도 사진을 찍고서 지난 추억들을 덧대보니 정겨움이 꽤 뭍어납니다.

비록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다)이라고 하지만 계절의 변화는 속일 수 없지요. 저 깡마른 밭에서 곧 '자람의 앙상블'이 울려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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