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사진관] 겨울 밑둥치서 봄 기지개 켜는 매화 봉오리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2.25 16:47 | 최종 수정 2023.01.30 01:35
의견
0
지난 2월 중순 경남 진주 지방은 꽤 추웠습니다. 봄을 지척에 두고서도 삭풍(朔風·겨울 북풍)마저 불어대 한겨울이 되돌아온 게 아닌가 할 정도였지요.
기자는 추위가 살짝 누그러진 21일, 기사 작성을 잠시 멈추고 더경남뉴스 사무실이 있는 진주시 진성로 근방의 구석진 작은 골짜기를 찾았습니다.
산언덕 위로 난 작은 신작로를 오르다가 길 옆에 있는 아담한 과수밭을 걸었는데, 예상치 못했던 '봄의 전령', 매화 봉오리들을 보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겉으론 거무튀튀한 나목(裸木·가지가 앙상한 나무)들인데 가까이 다가서니 작은 꽃봉오리들이 송알송알 맺혔습니다. 빼꼼히 내민 봉오리들이 꽤 앙증맞네요.
며칠간 날씨가 워낙 추워 봄 분위기를 생각하기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이 맹추위 사이를 비집고 들어앉아, 날마다 봉오리들을 키웠나 봅니다. 과수밭 바닥은 띄엄띄엄하지만 초록색이 완연해집니다. 봄햇살 덕분입니다.
'한겨울의 밑둥치에서 기지개를 켜는 게 매화꽃'이라더만, 이말이 딱 맞았습니다.
산꼭대기로 오르는 길에는 산의 능선을 따라 시멘트 신작로가 나 있더군요. 소싯적 나무 하러 다니던 작은 수풀이 우거졌던 골짜기였는데, 산뜻하게 깔린 길을 보면서 '새삼스런 지난 일들'을 많이 해봤습니다. 생물들의 작은 숨소리를 접했고 세신(洗身), 즉 몸도 마음도 잘 씻었습니다.
봄, 봄, 봄! 올해의 봄도 이미 저만치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