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우리말 산책] 훤칠하다-헌칠하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3.11 13:29 | 최종 수정 2023.09.03 13:15 의견 0

오늘 보도자료에서 나온 옛날 기와 공장의 엄청 높은 굴뚝을 표현하려다가 '훤칠하다'란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굴뚝이 높게 쭉 뻗어서 붙여도 맞을듯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높거나 길다는 뜻인 것 같은데도 떼묻은 색의 굴뚝에는 맞지 않을 듯해 찾아보았던 거지요. 역시 옛 굴뚝에는 맞지 않은 표현의 단어였습니다.

벽돌공장의 굴뚝. 더경남뉴스 DB

훤칠하다는 '길고 미끈하다'와 '막힘 없이 깨끗하고 시원스럽다'는 뜻을 갖고 있네요.

특히 미끈하다는 '흠이나 거친 데가 없이 부드럽고 번드럽다'는 뜻이기에 고색창연(古色蒼然·오래돼 옛 정취가 남)은 하지만, 거무퉤퉤 한 굴뚝에는 더더욱 붙일 단어가 아닙니다.

이 때부터 기자의 생각은 '사다리 타기'를 시작합니다.

먼저 '길고 미끈함'을 가진 단어를 수소문 했습니다. '훤칠하다' 말고도 '날씬하다' '늘씬하다'가 생각납니다. 독자분들도 너무 자주 쓰는 단어입니다.

날씬하다는 '몸이 가늘고 키가 좀 커서 맵시가 있다'는 뜻과 '매끈하게 길다'는 두 가지의 뜻을 갖고 있습니다. 비슷한 표현인 '늘씬하다'는 '날씬하다'의 큰 말입니다.

그런데 검색 과정에서 '헌칠하다'는 단어가 불쑥 튀어나옵니다.

훤칠하다의 사투리이겠지 했는데 '키나 몸집 같은 것이 보기 좋게 어울리도록 크다'는 뜻의 표준어입니다. 시쳇말로 '깜놀'이었지요.

오늘은 굴뚝 관련 낱말에서 시작해 '훤칠하다'의 뜻을 더 잘 알게 됐고, '헌칠하다'라는 단어가 사투리가 아닌 오롯한 표준어였다는 사실입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