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택도 없다' vs '턱도 없다'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2.26 07:54 | 최종 수정 2023.09.0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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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택도 없다'란 관용구를 알아봅니다.
참고로 관용구는 단어가 두 개 이상인 문구이며, 개별 단어 뜻만으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단어가 섞여 비슷하거나 다른 의미를 보여준다는 말입니다.
최근 경남 진주의 대선 유세 현장 취재를 갔더니 마이크에서 '택도 없다'는 말이 자주 나오더군요. 너무 차이가 심해 격차를 메우기 어려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예를 들면 ▲강기정 “尹, 호남 득표 30% 택도 없다” ▲김용태 “이재명, 경제대통령 후보라고? 택도 없다” 이런 식입니다. 대선을 불과 10일 앞둔 터라 자주 나오는 게 아닌가 싶네요. 두사람은 광주와 대전 출신이니 사투리로 그대로 쓰는 것 같습니다.
개별 단어를 살펴보면 '택'은 '턱'의 사투리입니다. 표준어인 턱은 '마땅히 그리해야 할 까닭이나 이치'를 뜻합니다.
당연히 문장도 '턱도 없다'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영문을 알 턱이 없다' '그가 나를 속일 턱이 없다'로 써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상당수가 '택도 없다'로 씁니다.
'택도 없다'를 '어림없다'의 경상 사투리라거나 전라 사투리로 소개하는데 이처럼 그 쓰임새는 다분히 전국구입니다.
표준어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국어 관련 자문을 하는 '국어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하고 국립국어원(문화부 소속)에서 발표합니다. 이런 게 참 고민스러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