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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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24 18:51 | 최종 수정 2023.09.03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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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22일) 경남 진주시 옛 법원검찰청사 뒷골목에서 진주냉면을 한 그릇 했습니다.
이 음식점(송기원진주냉면) 사장과 냉면 이야기를 하던 중, 사장이 "평양냉면은 육수 맛이 슴슴하지예"라고 하더군요. '슴슴하다'···. 평양냉면 맛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합니다.
이게 표준어일까요? '슴슴하다'를 파보겠습니다. '싱겁다'는 뜻인데 '심심하다'의 북한어라고 합니다. 우리 말이 아니고 북한 말이네요.
'슴슴하다'의 풀이는 '조금 싱거우면서도 뒷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이지만, 우리 사전에는 '심심하다'의 잘못으로 적시해 놓았습니다.
표준말은 아니지만 '슴슴하다'는 '싱겁다'와 다른 맛인 '싱겁지만 은근한 감칠맛'이 녹아 있다는 뜻이 가미된 것이지요. 아마 6·25 때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평양냉면의 육수 맛을 못 잊어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북한이 아닌 남한에서도 자주 쓰이고, 표준어로도 착각하는 것이지요. 북한에서는 '슴슴하다'와 '무슴슴하다'(아무 맛도 없이 슴슴하다)를 문화어(표준어)로 삼고 있다고 합니다.
몇년 전에 있었던 남북회담 때, 남북한 정상이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은 뒤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남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한 몫을 단단히 했지요. 그런데 평양냉면 육수를 먹어 본 상당수의 사람들이 '슴슴한 국물 맛'에 적응을 하지 못해 지금은 조금 시들해졌습니다. 가격만 엄청 올려놓았다는 혹한 평도 합니다.
요즘 냉면을 논할 때 '북 평양냉면, 남 진주냉면'이란 말을 부쩍 많이 하고 듣습니다. 진주냉면의 역사와 맛의 가치가 전국에 알려진 10여년 전부터 더 합니다. 서울에 있는 기자의 지인들도 진주를 말할 때면 "진주냉면 유명하던데"라고 곧바로 말합니다.
냉면 연구가들은 권번(券番·기생 조합)이 흥했던 두 지역의 냉면이 오래 전부터 '한 이름 값 했다'고 진단 합니다.
송기원진주냉면 사장이 말하더군요. "진주냉면은 평양냉면과 육수 맛이 비슷한 거 같지만 슴슴하지는 않지예" 이쯤이면 '슴슴하다'를 복수표준어로 삼아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