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에서 찾는 지혜] 상선약수(上善若水)-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3.23 23:10 | 최종 수정 2023.02.14 16:03
의견
0
물처럼 살라.
사자성어 상선약수(上善若水)를 풀이한 말입니다. 위 상(上), 착할 선(善), 같을 약(若), 물 수(水). '세상에서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물을 빌려와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상선약수는 지난 2015년 8월 반기문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54세 생일 때 선물해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일부 정치인이 평소 자신의 마음 속에 없는 말임에도 끌어와 능청스럽게 쓰기도 합니다.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겸손입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도 그 공을 다투지 않는다. 몸은 낮은 곳에 두고, 마음은 깊은 곳에 두며, 베풂은 인(仁)에 맞게 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만 흐르는 겸손함을 지녔는가 하면 모자란 곳을 메워주고 만물이 자라도록 베푼다는 뜻입니다.
다음은 형태의 바뀜에 순응합니다.
'물은 형체가 없어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그 모양을 바꾼다. 그리고 억지로 그 흐름을 거스려고 하지 않는다'
물은 네모 난 그릇에는 네모 나게, 둥근 그릇에는 궁글게 처신하며 자신을 고집하지 않지요. 그렇지만 물이란 근본은 잃지 않습니다.
물의 또다른 속성을 알아봅시다.
물은 흘러나간 만큼 받아들이고, 흘러온 만큼 흘려서 보냅니다. 흐르다가 막히면 돌아가고, 갇히면 채워주고, 넘치면 넘어갑니다.
또한 빨리 간다고 뽐내지 않고, 늦게 간다고 안타까워하지도 않지요.
이뿐이 아닙니다.
자리를 다투던가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더불어 함께 흐릅니다. 따라서 물처럼 살라는 것은 빨리 감과 늦게 감, 앞섬과 뒤섬에 괘념치 말라는 것입니다.
흐르는 물은 가두면 넘쳐서 흘러나갑니다. 물은 '살다 보면 미움도, 아픔도 쌓이지만 나(물)처럼 그냥 흘려보내라'고 조언합니다.
'상선약수'와 비슷한 내용을 가진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도 있습니다.
흐를 유(流), 물 수(水), 아닐 불(不), 싸울 쟁(爭), 먼저 선(先). 흐르는 물은 서로 앞서려고 다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물은 이렇게 살라고 인간에게 경구를 던집니다. 그런데 잘 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