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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유레카!] 어버이날 유래···아버지의날은 없을까?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08 02:00 | 최종 수정 2022.05.09 15:58 의견 0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자"

이 말이 요새 어버이날에 유효할까? 아닐 것 같다. 요즘은 70대도 가슴에 카네이션을 다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자식들도 외식을 하거나 용돈을 드리는 것이 상례가 됐다. 세태의 변화다.

어버이날은 낳아 주고 길러 준 부모의 사랑을 기념해 제정한 날이다. 부모의 은혜 뿐 아니라 어르신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 미덕을 기리는 의미도 지녔다.

한 마트에 진열돼 있는 카네이션 선물 꾸러미. 정기홍 기자

예전에는 '어머니날'만이 었는데 1973년 아버지까지로 확대해 올해로 50회를 맞았다.

가부장적인 사회였던 옛날에는 아버지는 굴림하는 이미지이고, 어머니는 뒤에서 수습하고, 고생하는 이미지였다. 중년인 기자도 어버이날로 바꿀 때 엄청 어색했다. "왜 아버지를 포함시키지?"라는 생각이었다.

잠시 고려속요 '사모곡(思母曲)'을 음미해 보자.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노래다.

호미도 날이긴 하다마는/ 낫같이 잘 들리도 없어라
아버님도 어버이시지마는/ 위 덩더둥셩/ 어머님 같이 아끼실 리 없어라
아아 임이여 어머님 같이/ 아끼실 리 없어라.

아버지를 호미에, 어머니를 낫에 비유했다. 거꾸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낫이 호미보다 날이 더 잘 든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그래도 어머니에겐 낫보다는 호미가 나아보인다. 어머니는 호미로 밭일을 하는 편이다.

이날이 노인복지법에 따라 지정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노인복지법 제6조(노인의 날 등) 2항에 '부모에 대한 효사상을 앙양하기 위하여 매년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어린이날과 달리 공휴일로 정하지는 않았다. 일부 정당에서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고 한 적도 있다.

올해 어버이날은 부처님오신날과 겹쳤다. 근 20년만에 한번 씩 겹치는 모양이다. 1984년, 2003년과 올해가 겹쳤다. 또 올해는 일요일이다.

어버이날을 더 이해하려면 이전의 어머니날을 살펴 봐야 한다.

어머니날은 지난 1956년 5월 8일로 지정됐다. 미국의 영향을 받았다.

1913년에 미국의 필라델피아 교회에서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했고 전 세계로 보급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매년 5월 8일로 정했다가 지난 1973년 어버이날로 확대했다.

북한은 11월 16일이 어머니의 날이다. 1961년 김일성이 전국어머니대회에서 ‘자녀 교양에서 어머니들의 임무’를 연설한 것을 기초삼아 2012년 5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어머니날을 만들었다.

그런데 아버지의 날은 없을까? 아니다.

미국에서 아내의 사망 후 다섯 자녀를 키운 한 아버지를 기린다며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국가기념일로 5월 둘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날, 1972년부터는 6월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로 정하고 있다. 실제 많은 나라에서 따로 지정해 놓고 있다.

이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1973년 옛 낱말인 '어버이'를 가져온 것이다.

카네이션(carnation)을 가슴에 다는 유래도 미국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는 사라졌다고 한다.

동두천시 생연1동 평화로봉사회 회원들이 홀로계신 어르신댁을 방문해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고 있다. 동두천시 제공

이전 어머니날이면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때의 꽃다발처럼 카네이션을 파는 가게는 대단히 북적였다.

요즘 들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분위기는 많이 준 편이다. 대신 용돈을 드린다. 다만 시민사회단체나 어린이들은 카네이션을 구입해 어르신이나 부모님에게 달아주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학교에서는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편지도 쓰게 한다. 부모로서는 기저귀 채우던 애를 다 키웠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가족은 부모님의 묘소나 봉안당(납골당)을 찾아 카네이션을 놓는다. 하얀색 카네이션이다.

참고로 관상용인 카네이션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유럽, 서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자라는 키는 30~50cm이며 잎은 선 모양으로 연한 녹색이다. 여름에 붉은색, 흰색의 겹꽃이 가지 끝과 잎겨드랑이에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로 9월에 익는다.

어버이날 행사는 지자체나 단체 등에서 많이 열린다.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시는 효행 유공자 시상에서부터 각종 축하공연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 헌신적으로 자녀를 키우는 장한어버이들도 선정해 고마움을 표시한다.

부산시의 경우 올해 ‘50년의 아름다운 대물림, 100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라는 주제를 내세워 이목을 끌고 있다. 50회 어버이날을 맞아 향후 50년간 어버이를 위해 ‘50년을 지나 100년의 아름다운 효행 대물림 실천한다’는 약속이다.

부산시는 특히 부산시청역 도시철도 지하통로에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라는 주제로 효행을 생각하게 하는 배너를 설치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린이날을 5월 첫째 주 금요일로 옮기고 어버이날은 바로 직후에 오는 첫째 월요일로 옮기자는 주장도 한다.

네티즌들은 400년 동안 어버이날은 화·금·일요일에 58번, 수·목요일에 57번, 월·토요일에 56번 온다며 위의 주장의 현실화를 부추긴다. 4일 연휴를 즐기겠다는 심산이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는 손님 발길에 차이가 났다. 보통 선물을 사는 백화점은 북적댔고 평소 생활필수품을 사는 대형마트에는 손님이 떨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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