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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시인 김지하 씨 81세로 별세

반독재·민주화 활동…민청학련 사건으로 옥고
80년대 이후 생명사상 몰입…'죽음의 굿판' 칼럼 논란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08 20:58 의견 0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남긴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이 8일 81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토지문화재단 관계자는 "최근 1년여 동안 투병 생활 끝에 이날 오후 4시 강원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오늘 상태가 안 좋아지셔서 119를 불렀지만, 결국 별세하셨다"면서 "함께 살던 둘째 아들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내외가 함께 임종을 지켰다"고 말했다.

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6년 서울대 미학과를 나왔다. 1963년 ‘목포문학’에 ‘저녁 이야기’라는 시를 낸 후 1969년 ‘시인’지에 ‘황톳길’, ‘비’ 등을 발표하며 공식 등단했다.

이후 유신 독재에 저항하는 민주화의 상징이자 민족문학 진영의 대표 문인으로 주목받았다.

1970년 정부를 비판하는 풍자시 '오적'을 발표해 반공법 위반 혐의로 옥살이를 했고, 1974년엔 민청학련 사건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됐다가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뒤 1980년 형 집행정지로 석방됐다.

고인은 1980년대 이후 후천개벽의 생명사상을 정립하는 데 몰두했고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상상력으로 많은 시를 쏟아냈다.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 씨가 경찰에 맞아 숨지고 이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이 잇따르자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칼럼을 기고해 엄청난 논란을 불러왔다. 진보 진영에서는 '변절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10년 뒤 '실천문학' 여름호 대담에서 칼럼과 관련해 해명하고 사과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가 하면 진보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노골적으로 매도하는 등 혼란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대표작으로는 '황토',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애린' 등의 시집과 산문집 '생명', '율려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2018년 시집 '흰 그늘'과 산문집 '우주생명학'을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1975년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회의 로터스 특별상과 1981년에는 국제시인회의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상을 받았다.

이어 2002년 제14회 정지용문학상, 제10회 대산문학상, 제17회 만해문학상을, 2003년 제11회 공초문학상, 2005년 제10회 시와 시학상 작품상, 2006년 제10회 만해대상, 2011년 제2회 민세상 등을 받았다. 노벨문학상·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1993년 서강대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 2006년 제주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국대, 원광대에서 석좌교수, 건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고인은 2012년 대선에서 유신시대 자신과 대립했던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해 ‘변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73년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 씨와 결혼했으며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던 김씨는 2019년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장남 김원보(작가)씨와 차남 세희(토지문화재단 이사장 겸 토지문화관 관장)씨가 있다.

빈소는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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