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5월이다. 초봄부터 피던 1~2세대 봄꽃들이 저물고 튜울립 등 3세대(늦봄~초여름)의 꽃들이 활짝 피어 바통 터치를 했다.
요즘은 집 주위나 도로가에 하얀 꽃이 핀 나무를 자주 본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인데 '키 큰 나무'나 '울타리같은 나무'에서 각각 핀 꽃이 엇비슷해 꽃만 보노라면 무척 헷갈린다. 두 나무는 꽃이 은은하게 예쁘고 우리의 정서에도 맞아 조경수로 많이 심어져 있다.
이팝나무는 조팝나무보다 키가 무척 크다. 라일락꽃 정도는 아니지만 꽃 향기도 좋다.
흰꽃이 20여 일간 나뭇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 전체에 핀다. 가을이면 콩 모양의 보랏빛이 도는 타원형 열매가 열린다. 따라서 정원수나 공원수, 가로수로 좋은 나무다.
옛사람들은 이팝나무 꽃이 잘 피면 풍년이 든다고 봤다. 이팝나무 꽃이 필 때가 벼 못자리를 하는 철로 물이 많이 필요해 농사의 흉풍에 깊이 관련돼 있다.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팝나무는 8주로 알려져 있다. 200~500년 노거수도 20여 주가 된다.
전남 순천시 쌍암면에 있는 500년 정도 된 이팝나무(천연기념물 제36호)가 가장 오래됐다. 전북 군산시 어청도와 경북 포항에는 꽤 넓은 군락지도 있다.
이팝나무 어린 잎은 말려서 차를 끓여 마시고 살짝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번식은 까다로워 삽목이 잘 안되고 종자는 이중휴면을 해 두 해를 노천에 매장을 해야 겨우 발아가 된다.
반면 조팝나무는 집 주위의 생울타리나 도로변에 무리지어 심어져 있다. 꽃이 핀 모양이 튀긴 좁쌀을 붙인 것처럼 보여 조팝나무라고 한다. 튀긴 좁쌀도 못 먹던 시절에
4~5월 보릿고개로 얼마나 배고팠으면 꽃을 보고 밥풀같다고 했을까싶다.
꽃이 필 때 흰 구름이 덮여 있는 듯해 보기가 특히 좋다. 정원이나 공원에 심어 몇 해만 지나면 가는 줄기가 많이 생겨 수형이 자유스러우면서도 균형이 잡혀 꽃과 함께 조경적 가치가 큰 나무다.
조팝나무는 20여 종이나 된다.
진분홍색 꽃이 피는 꼬리조팝나무와 잎이 둥글고 흰 쌀밥을 수북이 그릇에 담아 놓은 것처럼 많은 꽃을 피우는 산조팝나무가 많다.
꽃잎은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다. 꽃잎이 겹으로 된 기본종은 일본산이며 관상용으로 심는다.
잎은 나물로 먹고 뿌리는 해열·수렴 효능이 있어 감기로 인한 열, 신경통을 잡는데 이용한다.
뿌리는 상산 혹은 촉칠근이라 하는데 동의보감에 '맛은 쓰며 맵고 독이 있으나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를 토하게 할 뿐 아니라 열이 심하게 오르내릴 때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일본의 사신이 상산(뿌리)을 궁중에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 궁중에서도 쓰였던 한약재임을 짐작할 수 있다.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말라리아에 걸리거나 구토할 때 또는 열이 많이 날 때 민간 치료 약으로 뿌리나 줄기를 썼다고 한다.
최근에 버드나무와 조팝나무에서 해열제인 아스피린 원료를 추출해 연구 중이다.
중국에서는 조팝나무를 수선국이라고 한다. 부르게 된 전설이 있다.
어느 마을에 수선이라는 효성이 지극한 처녀가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갔다가 적군에게 잡혀 감옥에 갇힌다. 수선은 아버지를 구하려고 남장을 하고 적군에 들어가 감옥을 지키는 옥리가 됐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고 통곡하다가 적군임이 발각됐지만 효성에 감복해 풀려난다.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무덤 가에 작은 나무를 심었는데 이 나무가 하얀 꽃을 피워 수선국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조팝나무 번식은 분주 또는 삽목을 해도 되고, 가을에 종자를 따 놓았다가 이끼 위에 파종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