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도 헷갈리는 갱상도 말] '도부 해라'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21 10:38 | 최종 수정 2022.06.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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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하게 잊었던 말을 수십년만에 찾았습니다. 경상사투리 '도부'입니다.
'도부'는 '도로·다시'와 ‘달리기’란 두개의 뜻을 지닌 경상사투리입니다. 진주 등 서부경남 사람들이 많이 써 왔고 지금도 중노년층에서는 자주 씁니다.
어릴 때 기자의 부친께서 "도부 띠라" "도부 갖다 나라"고 하던 말씀이 생생하게 생각이 납니다. 이제 와서 알고 보니 '다시 뛰어라' '다시 갖다 놓아라'였네요.
다른 지방 사람들이 도부란 말을 처음 들으면, 도끼 등의 이미지가 떠오를 듯합니다. 실제 도부(刀斧·칼과 도끼)란 표준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잊었던 도부를 다시 접한 것은 몇달 전의 어느 댓글이었습니다. 이 글에선 '달리기'란 뜻으로 쓴 듯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인데, 어디서 였더라···".
눈대중으로 찾아 보니 도부뛰기(달리기), 도부꾼(행상) 등의 낱말이 있어 대충 메모를 해두었지요.
최근에 이 메모를 다시 보면서도 '도부'와 '달리기'가 얼른 연결이 안 됐습니다. 어원(말의 시작)이 무엇일까 궁금했지요.
찾아보니 사투리 '도부'에는 달리기란 의미도 있지만 '도로'나 '다시'란 뜻도 있더군요.
어릴 때 부친으로부터 듣던 '도부'가 '다시'였다는 것을 다시 정확히 알게 됐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이런 걸 코페르니쿠스적인 재발견이라고 해야겠지요. 오랜만에 돌아가신 아버님도 생각하게 만든 뜻깊은 말, '도부'였습니다.
참고로 '도부꾼'은 장돌뱅이같은 떠돌이 장사꾼을 말하는데 어원은 잘 모르겠고, 이쪽 저쪽 바삐 쫒아 다닌다는 뜻에서 '달리기'와 연관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원을 모르는 단어는 수두룩합니다.
도부꾼은 진주여고를 졸업한 박경리 작가가 쓴 대하소설 '토지'에서도 나옵니다. 진주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란 뜻입니다.
아무튼 시골 어르신들이 두서없이 쓰는 말엔 뜻깊은 게 참 많습니다.
방송에 신문에 그럴듯한 박사들이 나와 구사하는 어렵고 단편적인 낱말들을 시골 어르신이 툭 내뱉는 한마디가 다 쳐내버립니다. 이를 시쳇말로 '다 제낀다'고 하지요.
더경남뉴스는 앞으로 이런 감칠맛 나는 시골 어르신들이 쓰는 단어들을 자주 소개하겠습니다. 사투리는 사투리대로 접근하면 맛이 그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