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나이만으로 임금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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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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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 기준으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67) 씨가 재직했던 연구원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를 적용해 삭감했던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해 원고가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내용을 확정했다.
A 씨는 지난 1991년 이 연구원에 입사해 2014년 명예퇴직을 했다.
이 연구원은 노사합의를 통해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성과연급제)를 도입했다. A 씨는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고 임금피크제로 직급이 2단계, 역량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지급받게 됐다.
그는 2014년 퇴직하면서 그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받지 못한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A 씨가 근무한 연구원의 임금피크제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노동자를 차별하지 못 하게 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4를 위반했는지 여부다.
앞서 1·2심은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라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연구원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라며 “이러한 목적은 55세 이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연구원의 만 51~54세 정규직 직원들의 실적 달성률이 만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했었다.
대법원은 “A 씨가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음에도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임금피크제를 전후해 A 씨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구원이 A 씨에게 적용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고 했다.
이에 따라 향후 관련 임금 소송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으로, 현재 임금피크제가 시행 중인 사업체의 근로자들은 이날 이후 소 제기일 기준 3년 전까지의 임금에 대한 청구가 가능하다.
2016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에는 300인 이상 기업의 27.2%, 2016년에는 46.8%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