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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에서] 주인도, 손님도 하고픈 말을 못하는 요즘 식당 풍경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29 03:34 | 최종 수정 2022.05.29 11:00 의견 0

"저번엔 5000원에 샀는데 9700원으로 두배나 올랐어"

기자가 지난 27일 음식점에 들렀다가 들은 사장의 말입니다. "무엇이길래 두배나 올랐을까". 몹시 궁금해서 계산을 하면서 물었더니 1000개들이 1회용 컵이라고 말하더군요. 원자재 값 폭등에다 1회용 컵 사용금지 영향으로 생산단가가 많이 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1회용 컵 이미지

며칠 전에는 이 봄이 가기 전에 주꾸미를 먹어야 겠다며 '주꾸미철반복음' 2인분을 시켰지요. 주꾸미를 싸서 먹으라고 깻잎을 내놓아 "깻잎이 엄청 바싸다던데요"고 했더니 "물가 오르는 게 정말 겁이 난다"고 하더만요.

반찬은 주꾸미 20여조각에 얇게 썬 쌈무 10장 정도, 깻잎 대여섯장, 양념장이 전부였습니다. 박한 상차림에 평소 같으면 한 마디 했겠지만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주인인들 '밥상 인심'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지요.

다시 앞에 말한 부부 음식점에서 기자가 사장과 잠시 나눈 말을 옮겨봅니다.

"물가가 너무 올라 눈치가 많이 보인다. 코로나 지원금으로 돈을 너무 많이 풀렸다"고 했더니 여사장은 "미국은 우리보다 더하대요"라고 하더군요.

묻던 입을 바로 닫았습니다. 이럴 땐 정치 이야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요.

이어 사장 부부가 저녁을 먹으면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 코로나 방역지침이 거의 풀려 손님은 많아졌지만 마진이 썩 좋지 않다고 하더군요. 또 오를 재료값을 더 걱정하더군요. 자꾸 가격을 올릴 수도 없으니 표정이 밝지가 않았습니다.

5월의 소비자물가는 역대 최고인 5%대 상승이 확실시 된다니 말로만 걱정할 단계를 넘어서는 듯합니다. 말 그대로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시대가 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적으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재난지원금 형태의 돈이 시중에 너무 많이 뿌려졌고, 국외적으론 수입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코로나의 소멸로 소비 수요가 세계적으로 폭발하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의 우크라니아 침공 전쟁도 장기화 하면서 양국에서 생산하는 기름과 원자재 값이 엄청 뛰었지요. 특히 러시아가 흑해를 봉쇄해 곡물 수출 세계 4위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불가능해져 밀, 식용유, 설탕 등 국제 식량 가격이 동반 상승했습니다. 러시아가 전쟁에서 코너에 몰리자 '곡물 무기화'에 나선 것이지요. 침략 전쟁을 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밉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더니 이어 설탕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시키고 쌀 수출도 금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별 생각없이 먹던 음식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더 오를 것이란 우려에 밥 넘기기가 꽤 부담스런 때입니다. 세계 '식량 전쟁의 시대'가 서서히 다가서는 건가요? 그동안 홀대 받던 곡물류의 공격이 시작될까요?

이전에 생각지 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먹거리 불안이 머리 속을 채우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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