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경제학 거목' 조순 전 경제부총리 94세로 별세···대학생 필독서 '경제학원론' 펴내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6.23 11:12 의견 0

한국 경제학계의 대부이자 고위 관료, 정치인으로 이름을 떨쳤던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23일 오전 94세로 별세했다. 그동안 조 전 부총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1989년 서울 관악산 등반 때 찍은 사진. 왼쪽부터 정운찬, 조순(가운데), 곽승영(미 하워드대 교수). 나남출판 제공

지난 1928년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상과대 전문부를 졸업했다.

6·25 때 육군 통역장교와 육군사관학교 교관으로 군복무를 했고 종전 후 미국으로 유학해 UC버클리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 귀국해 서울대 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년 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이들은 '조순 학파'로 불린다.

1974년 케인즈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교과서인 ‘경제학원론’을 펴냈다.

1990년 개정판

경제학원론은 1990년대 '경제학의 바이블'로 불리며 경제학도가 아니더라도 한번 읽어봐야 할 정도의 책으로 자리했다. 이후 정운찬 전 국무총리,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영식 서울대 교수 등이 차례로 개정판에 공동저자로 참여하면서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제학의 대표적인 교과서로 읽힌다.

고인은 육사 교관으로 있을 때 제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권유로 1988년에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았다. 이후 1992년부터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하다가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두고 정부와 갈등을 빚다가 1년만에 사표를 냈다.

고인은 아태평화재단 자문위원을 맡은 인연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에 의해 정계에 진출했다.

1995년 민주당에 입당해 제 1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길고 흰 눈썹과 그동안의 대쪽 행보가 강조되면서 ‘서울 포청천’이란 별명을 얻었다.

특히 취임 직전에 난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현장에서 시장 취임식을 열어 화제가 됐다. 아스팔트로 덮여있던 여의도 광장을 여의도공원으로 만들었다.

이어 서울시장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두고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로 영입돼 대권에 도전했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단일화를 하면서 대선 완주는 하지 못했지만 대신 초대 한나라당 총재를 맡았다. 한나라당은 고인이 지은 당명이다.

1998년에는 강릉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민주국민당 대표로 총선을 지휘했지만 선거 참패 후 정계를 떠났다.

이후 서울대·명지대 명예교수와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고문 등을 맡아 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남희(92)씨와 장남 기송, 준, 건, 승주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5일이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