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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언] 어느 촌로의 기발한 길 안내(2)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7.04 16:11 | 최종 수정 2022.07.12 22:59 의견 0

초행 촌길을 걷던 길손(먼 길을 가는 나그네)이 콩밭에서 허리 숙여 풀을 뽑던 촌로에게 물었습니다.

"00마을로 가려고 하는데 어디로 가면 됩니까?"

할머니가 간명(간단 명료)하게 말했습니다.

"전봇대만 따라 가면 돼요. 저 전봇대도 그 동네로 가요"

남해 고현면 한 마을길

보통 '전봇대를 쭉 따라가면 동네가 나옵니다'라며 손가락질도 하곤 하는데, 할머니는 '전봇대도 당신이 가는 길을 걸어 갑니다'라고 말합니다. 귀가 번쩍 뜨이지 않습니까?

이 촌로의 말에 아연 감탄사를 연발로 터뜨립니다. 어느 내비게이션이 이보다 더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하겠습니까?

이처럼 밭일 하다 툭 던지는 한마디에 반듯하게 배운 '현대판 지식'이 단번에 고꾸라지는 현장은 많습니다.

지난 인생길에 녹아 쌓인 경험, 즉 구력입니다. 범접하기가 어려운 영역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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