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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로 쏜 현무 미사일, 정반대인 육지로 향해···민가 700m 거리에 추락해 공포에 떨어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0.05 19:08 | 최종 수정 2022.10.05 20:01 의견 0

군이 지난 4일 북한 미사일 도발 대응 차원에서 강원도 강릉에서 동해로 발사한 '현무-2C' 탄도미사일(사거리 약 800㎞)이 비정상 비행을 하며 되레 서쪽인 육지로 날아가 우리 군 기지의 골프장 페어웨이에 떨어졌던 것으로 5일 파악됐다.

군 당국은 이날 한·미 연합 대응 사격 과정에서 '현무-2'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비정상 비행 후 기지 내로 낙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의 조사 결과 발사 직후 추락한 탄두는 민가에서 불과 700m 거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탄두는 폭발하지 않고 추진체만 연소돼 군과 민간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한·미 군 당국이 5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지대지 미사일 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 사고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아 인근 주민들이 놀라 밤새 불안에 떨었다. 하지만 군은 사고사실을 알리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합참은 5일 오전 7시쯤 한·미 양국 군이 전술 지대지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를 2발씩 총 4발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현무-2C 발사 실패는 함구했다. 이후 기자들에게 사고 사실을 따로 알렸다.

5일 새벽 군이 발사한 '현무-2'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 후 강릉 공군기지 내 떨어져 큰 불길에 휩싸여 있다. 독자 제공

현무 미사일이 표적 방향과 거의 정반대 방향으로 이탈하는 오발 사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현무-2는 A, B, C형 등 세 종류가 있는데, C형이 실전 배치 후 실사격은 이번이 세 번째로 오발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 2017년 9월 15일에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쏜 현무-2A 미사일(사거리 300㎞) 2발 중 1발이 발사 직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출입기자단 브리핑에서 “미사일을 4일 23시 강릉의 한 군 기지에서 동해상 특정 좌표를 겨냥해 쐈지만, 비정상 비행을 하며 뒤로 넘어갔다”면서 “미사일은 군 기지 내 야지, 즉 골프장 페어웨이에 비정상 낙탄됐다”고 말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며 지상에 떨어졌고 탄두는 발사 지점에서 1km, 추진체는 1.4km 거리에서 발견됐다. 떨어진 탄두와 가장 가까운 민가는 700m 거리였다.

합참 관계자는 “추진체의 추진재가 금세 연소돼 큰 화재로 번지지는 않았고, 다행히 인명 피해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다만 사고 발생 이후 주민들이 놀란 점에 대해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 사이에선 현무-2 미사일의 실사격이 매우 드물어 미사일 자체의 결함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재고탄 관리 문제도 지적됐다. 익명의 군 관계자는 “지난 사고가 발생 이후 5년 동안 재고탄 관리를 제대로 못해 이번에도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자주국방을 내세우며 지난 5년간 연합훈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남북 대화에만 올인하더니 결국 남은 건 불발탄이란 자조까지 나온다”고 군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측과 원인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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