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를 췌장암 모델로 한 실험에서 고지방 먹이를 저지방 먹이로 바꾸면 췌장에서 일어나는 전암성 변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UC 데이비스) 헤라르도 매켄지 교수팀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영양학 저널(Journal of Nutrition)을 통해 '췌장암 모델 생쥐'에 고지방과 저지방 먹이를 21주간 먹이면서 암세포의 변화를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췌장암은 췌장이 다른 장기에 둘러쌓여 있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환자의 87%가 5년 이내에 사망할 정도로 가장 치명적인 암이다. 암을 인지했을 땐 대부분 암이 상당히 진행된 후다. 이 때문에 췌장암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췌장의 위치.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연구를 시작한 배경으로 “췌장암 위험을 50% 높이는 주요 위험 인자로 비만을 꼽지만 체중을 감소시키는 식이 변화가 췌장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5주 된 췌장암 모델 생쥐 72마리를 3개 그룹으로 나눈 뒤 고지방 먹이(열량의 60%)와 저지방 먹이(열량의 11%)를 먹이며 췌장암 등의 진행을 관찰했다.

첫 번째 그룹은 21주간 고지방 먹이를 먹었고 두 번째 그룹은 저지방 먹이를 먹었다. 세 번째 그룹은 첫 8주는 고지방 먹이를 먹다가 13주 동안 저지방 먹이를 먹었다.

21주 후 고지방 그룹은 다른 두 그룹에 비해 체중이 1.7배 증가했고, 췌장에서 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포 변화도 60% 더 많이 발생했다.

저지방 먹이 그룹에서는 췌장암 발생이 없었으나 고지방 먹이 그룹에서는 2마리가 췌장암에 걸렸다.

특히 고지방 먹이에서 저지방으로 전환한 그룹은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췌장 세포의 변화도 느려졌으며 암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이 3개 그룹의 변화 분석 결과, 고지방 그룹에서는 세포 대사, 췌장 기능, 면역 반응, 세포 간 신호 등과 관련된 유전자 활동에 변화가 일어났다.

반면 먹이를 저지방으로 바꾼 그룹에서는 이런 변화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또 고지방 그룹은 몸속에서 해로운 부산물인 지방산(리놀레산)이 증가하고 장내 미생물 환경도 나빠졌지만, 먹이를 저지방으로 바꾼 뒤에는 해로운 부산물이 줄고 장내 미생물 환경도 건강한 상태로 돌아왔다.

논문 제1저자인 조애너 위커스 연구원은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생쥐 대상 실험이어서 사람에게 적용하는데는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식단 같은 생활습관 변화가 세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바꿀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참여한 매켄지 교수도 "이 연구는 체중 정상화가 비만으로 인해 가속화 된 췌장암 발생을 늦추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식단을 바꾸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으며, 식습관 개선이 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데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저지방 식단이란 전체 칼로리의 30% 이하를 지방에서 섭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식단이다. 100칼로리당 3그램 이하의 지방을 포함하는 식품이 저지방으로 간주된다.

저지방 식단은 과일, 채소, 통곡물, 저지방 유제품, 닭가슴살, 흰살생선,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돼지고기, 소고기), 계란, 두부 등으로 구성된다. 올리브유, 아보카도와 같은 불포화 지방은 포함돼도 괜찮다.

저지방 산단에는 포화 지방과 트랜스 지방은 최소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