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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명 차 버리고 뛰었다”···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 화재 목격자가 전한 참상

정기홍 기자 승인 2022.12.29 21:33 | 최종 수정 2022.12.30 05:54 의견 0

29일 오후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防音) 터널 화재’ 당시의 급박함과 참상을 전하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동영상과 사진 속의 상황은 전장에서 대규모 폭격을 받은 듯 불에 탄 차량들이 앙상한 차체만 남긴채 처참했다. 이 화재로 5명이 숨지고 3명 중상, 37명은 경상을 당했다.

화재가 진압된 뒤 앙상한 차체만 남은 차량들.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화재로 전소돼 앙상한 승용차 모습. 화재 당시의 처참함을 보여준다. 독자 제공

현장을 목격한 운전자들에 따르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불이 번졌고, 방음 터널 천장이 빠르게 타면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지붕에서는 불길이 아래로 뚝뚝 떨어져 터널 내부가 아수라장이 됐다.

화재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는 한 네티즌은 “오후 2시쯤 터널 진입 직전 큰 폭발 소리와 함께 차가 정체되기 시작했고 가족이 탄 차가 터널 안 20m까지 들어갈 무렵 회색 연기가 밀려오는 걸 봤다”며 “불이 났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 다급히 뒤쪽으로 뛰어가 상황을 알리고 다른 운전자들에게 후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터널 입구로 왔을 때 터널 속에서부터 뛰어나오는 사람은 15명 안팎이었다. 터널 앞쪽에서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분이 있는데 그 분의 옆에 계신 운전자 분은 차에서 못내렸다고 한다”고 말했다.

화재가 진압 후 전소된 차량들의 동영상. 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

집게 트럭에 불이 붙어 있지만 차량들은 질주하고 있다. 독자 제공

또 다른 네티즌도 “운전자 수 십명이 차를 버리고 터널 끝으로 뛰었다. 처음에 연기가 올라왔을 때는 화재가 이렇게 크게 될 지 몰랐다”는 글을 올렸다.

현장에서 빠져나온 60대는 "펑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을 보고 안 되겠다 싶어 차에 있던 수건에 생수를 적셔 입을 막고 뛰어 나왔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화재가 발생하기 전에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네티즌은 “이 터널은 (일반터널이 아닌 방음터널이어서) 차를 멈추고 운전자가 대피할 공간이 없다”며 “만약 불을 보고 당황해 차에서 내리지 못하거나 거동이 불편했다면 큰 일을 당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방음 터널은 도로에서 발생한 소음이 높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차단해 도심 초고층 건물에 대한 방음 효과가 탁월하다. 또 기존 방음벽에서 발생하는 반사소음도 줄여준다.

화재 발생 방음 터널은 선진국에서 방음 터널 소재로 사용하는 강화유리보다 가볍고 싸지만 화재 위험에 약한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휘발성 유기물질을 함유한 아크릴의 일종이다.

이 플라스틱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퍼졌고, 천장이 방음용으로 막혀 있어 터널 내부가 사실상 연기가 가득 찼다.

한편 이날 화재는 발생 초기에 버스와 폐기물을 수집·운반 하는 집게 트럭이 추돌해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기남부경찰청이 블랙박스 영상 등을 확인한 결과 추돌이 아닌 집게 트럭 자체 발화로 판명됐다.

불은 삽시간에 트럭에 실려있던 폐기물로 옮겨붙으며 거세졌고 방음 터널의 벽면과 천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사망한 5명은 집게 트럭 주변 차량 4대에 탑승한 채 발견됐다.

이날 방음 터널 화재의 첫 신고는 오후 1시 49분이었다. 소방 당국은 오후 3시 18분 초기 진화 성공한 뒤 화재 발생 2시간 20여분만인 오후 4시12분 불을 모두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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