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달 말 실시한 국산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고체우주로켓) 2차 시험비행 당시 2~4단 로켓엔진의 점화·연소까지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성능도 북한이 개발해온 고체로켓보다 우월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2일 "안흥종합시험장 인근 해상에서 실시된 ADD의 고체추진우주로켓 2차 비행시험(지난달 30일)이 지난해 3월의 1차 비행시험보다 진보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로켓으로 초소형 정찰위성 40여 기를 쏘아올리고 개발 과정에서 확보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우주탐사·개발인 ‘뉴스페이스’ 시대를 열 방침이다.
이 국산 우주로켓은 일본의 세계적인 고체우주로켓 ‘입실론’의 초기 버전처럼 4단 엔진 구조로 제작됐다.
1~3단은 고체연료 추진 방식이고 최상단인 4단만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같은 액체연료 추진 방식 엔진을 사용했다.
지구 저궤도 우주공간의 목표 지점에 정확히 국산 초소형 정찰위성을 올려놓으려면 이 위성을 탑재한 최상단부인 4단 로켓 부분이 정밀하게 위치와 자세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정밀한 운용에는 연료 분사량 조절 등을 통해 추력을 세밀하게 바꿀 수 있는 액체연료 추진 방식이 고체연료 추진 방식보다 적합하다.
다만 고체연료 추진기관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구조여서 대량 생산이 쉽다. 액체 연료와 달리 미리 주입해둘 수 있어 신속 발사의 장점도 있다.
소형위성이나 초소형 위성을 다수 발사해 위성을 군집으로 운용하면 한반도 감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동식 미사일발사대(TEL) 등 북한 전력의 움직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해 '킬체인'의 핵심인 탐지와 조기경보 능력을 확충할 수 있다.
당국자들은 국산 고체우주로켓의 추력 등 성능은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추력 140t포스(tf는 140t의 중량을 밀어 올리는 힘)를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고체로켓보다 성능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번 2차 비행시험에서 1단 로켓을 제외한 2~4단 로켓으로 테스트가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발사→페어링 분리→2~4단 엔진의 분리→탑재체(더미 위성) 분리’의 전 과정이 모두 정상 작동했다. 특히 2~4단 엔진의 점화·연소 과정이 모두 성공적이었다.
최고 비행고도는 460㎞였다. 1차 비행시험에서는 2단 엔진만 연소한 것에 비해 이번에는 1단을 제외한 나머지 로켓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성공적으로 작동시킨 것이다.
이로써 국방부가 오는 2025년까지 500㎏급 이하 중량의 국산 초소형 정찰위성을 국산 고체우주로켓에 싣고 발사해 저궤도에 안착시키겠다는 목표가 기술적으로 거의 성취됐다.
전문가들은 2차 비행시험의 성공으로 고체우주로켓 기술 개발이 8~9부 능선에 이르렀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어서 정확한 공식 명칭은 우주로켓이 아닌 ‘시험비행체(TLV)’로 부른다.
향후 과제는 로켓 최하단부인 1단 고체엔진까지 성공적으로 비행시험시키는 것이다.
국방부는 “미래 우주 영역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영역”이라면서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를 비롯해 합동성에 기반을 둔 국방 우주전력을 조기에 확충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30일 오후 전국 각지에서 미확인 비행 물체와 섬광이 목격돼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이 비행 물체는 정부가 발사한 고체추진우주발사체로 확인됐다.
일몰·일출 시간대에 지상에서 로켓을 쏘면 성층권 이상에서는 햇빛이 남아 있어 햇빛이 로켓 배기가스에 반사돼 다양한 색상이 관측되는 '황혼 현상'이 나타난다.
국방부는 이날 오후 6시 45분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고체추진우주발사체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시험 비행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았고 발사 성공 발표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2022년 12월 30일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발사 영상. 국방부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