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의령의 '봉사왕' 희수(喜壽) 할배···"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박위수 어르신?20년 넘게 목욕 봉사·급식 봉사
어려운 이웃 11명 매달 5만원 지원
9일 학생 장학금 300만원 기부
군수께 "어려운 사람 계좌번호 좀 알아봐 달라"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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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12 23:20 | 최종 수정 2023.01.13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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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경남 의령군 화정면 유수마을에 사는 박위수(77) 어르신은 고령임에도 봉사 이야기에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지갑 속 꾸깃꾸깃한 종이에는 매월 정기후원 하는 사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힘든 농사일에도 정기후원으로 매달 빠져나가는 통장 내역을 보면 힘이 난다고 했다.
박 어르신이 후원하는 사람은 11명, 단체는 2곳이다. 한 달에 나가는 돈만 50만 원이 넘는다.
박 어르신은 지난 9일 의령군청을 방문해 올해 대봉감 농사를 짓고, 감말랭이를 만들어 250박스를 팔았다며 의령군장학회에 300만 원을 기탁했다.
이 자리에서 박 어르신은 군수와의 사진 촬영도 꺼렸다. 사진 촬영은 봉사 인생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박 어르신이 마음을 바꾼 것은 최근 그가 의령군으로부터 받은 혜택에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는 최근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는데 군으로부터 200만 원 수술비 혜택을 받았다. 또 어르신 이미용·목욕비 지원 정책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며 의령군의 세심한 노인 복지정책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어르신의 봉사 인생은 3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에서 조그만 과일가게를 했는데 어느 날 배달을 가 만난 사찰 스님이 "배고픈 사람 밥 주고, 목마른 사람 물 주는 게 절 열두 번을 하는 것보다 더 공덕을 쌓는 길"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박 어르신의 목욕 봉사와 급식 봉사가 시작됐다.
목욕 봉사는 무려 20년을 이어온다. 20년 전만 해도 해고 목욕 봉사를 하는 남자봉사자는 없었다. 어르신은 "일주일에 한 번씩 노인 어른들을 모시고 목욕탕에 가서 만 원을 주고 5명을 목욕시키면 봉사자는 무료로 목욕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웃었다.
고향 의령에 귀촌을 한 뒤에도 박 어르신의 봉사 활동은 그치지 않았다.
3년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봉사에 더 매진하고 있다. 박 어르신은 "아내가 떠나고 이제 몸에 남은 건 봉사뿐이다. 남을 도우면 기분이 그래도 나아진다"고 봉사 후의 편안한 마음을 전했다.
박 어른신은 이날 남몰래 조손 가정 등 불우이웃 11명에게 매달 5만 원씩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름 외엔 구체적으로 누군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동이체 기간을 5년 동안 설정해 이들이 커서 대학 등록금이라도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기업과 개인들에게 후원을 받아 저소득층에게 식품을 제공하는 의령군 특색사업인 나눔냉장고에도 매달 4만 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박 어르신은 국가가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 등 50만 원의 정기적인 수입을 모조리 기부한다. 그리고 감농사로 얻은 일부 수입을 보탠다. 특정 해에 목돈이 생기면 크게 내놓는다. 아무리 나갈 돈이 많아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 통장의 돈부터 채운다.
박 어르신은 "적선을 많이 하면 그것이 나중에 빙 둘러서 다시 나에게 복을 준다"며 "기부 한번 하고 돌아서면 얼마나 뿌듯한지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9일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오태완 군수를 만난 박 어르신은 부탁이 있다며 말을 꺼냈다. 그는 군수에게 “저소득층도 2명 정도 더 후원하고 싶은데 계좌번호 좀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이어 저소득층 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경로식당에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 어르신의 마지막 말은 간명하면서도 긴 여운을 남겼다.
"이유?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