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3세 여아 바뀌기' 혐의 무죄 나왔다···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아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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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02 16:12 | 최종 수정 2023.02.0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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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 전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바꿔치기 사건'과 관련, 이 여아의 할머니 석 모 씨(50)가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파기환송심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아이를 감추려 했던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집행유예로 감행돼 석방됐다.
석 씨는 이 여아와 자신의 여아를 바꿔치기 한 혐의로 파기환송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모두 6차례의 유전자(DNA) 검사를 했고 여아의 친어머니인 것으로 확인됐었다. 하지만 석 씨는 줄곧 아이를 바꿔치기 하지 않았다며 유전자 검사 결과를 부인해 석 씨의 주장과 과학적인 DNA 검사 결과를 놓고 논쟁이 지속됐었다.
대구지법 제1형사항소부(부장판사 이상균)는 2일 여아 사체 은닉 미수와 미성년자 약취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석 씨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1, 2심 때와 같이 징역 1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석 씨가 여아 사체를 숨기려 한 사체 은닉 미수 혐의만 인정하고, 여아를 바꿔치기 했다는 미성년자 약취 혐의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석 씨는 지난 2018년 3월 말~4월 초 구미의 한 산부인과에서 그의 딸 김 모 씨(23)가 출산한 여아와 자신이 낳은 여아를 바꿔치기 한 뒤 김 씨의 아이를 어딘가에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었다.
또 김 씨가 기르던 여아가 3살 무렵 방에서 홀로 방치돼 숨지자 이를 감추기 위해 김 씨가 살던 빌라에 아이 시신을 몰래 매장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석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고, 2심(항소심) 재판부도 “3차례에 걸친 DNA 감정은 사실인정에 있어 상당한 구속력을 갖는 과학적 증거 방법에 해당한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해 6월 열린 상고심에서 “아이 바꿔치기 범행이 입증되지 않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결심공판에서 1·2심과 같은 징역 13년형을 구형했었다.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김씨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1·2심에선 석 씨가 ▲임신 추정 기간에 생리대 구입을 중단한 점 ▲몸매 보정 속옷을 산 점 ▲유아 바꿔치기가 의심되는 시기에 아기 몸무게가 줄어든 점 ▲출산 직후 아기의 발목에 채우는 식별띠가 훼손된 점 ▲석 씨가 휴대전화로 출산 관련 동영상을 보고 앱을 설치한 기록 등을 증거로 인정,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증거들을 모두 배척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보정 속옷을 다이어트용으로 구매했다는 석 씨 주장을 배제하기 어렵고 ▲출산 관련 동영상 시청 등도 석 씨가 유아를 바꿔치기했다는 증거로 볼 수 없고 ▲출산 직후 아기 몸무게가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는 점 ▲식별띠가 훼손되는 사례도 간혹 발생한다는 간호사들 증언 ▲산부인과 구조상 신생아실에 외부인이 출입하기 어렵다는 점 ▲석 씨가 아기를 바꿔치기 할 명확한 동기가 없다는 점 등을 미성년자 약취 혐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혐의인) 외도로 낳은 아이를 가까이 두기 위해 바꿔치기했다고 보기엔 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될 때까지 방치한 석 씨의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석 씨가 말하는 것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한편 석 씨의 딸 김 씨가 2018년 3월 출산했다는 유아의 행방 및 생존 여부는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아 이 부분의 수사는 계속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 씨는 지난 2021년 자신의 여아 살인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