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 '엘니뇨 폭염' 다가섰다…태국 무려 44.6도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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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00:41 | 최종 수정 2023.05.09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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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섭씨 45도에 육박하는 이른 폭염을 기록하는 등 이례적인 이상기온을 보이고 있다. 열리뇨 현상 영향이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지구 온도가 약 0.2도 상승하고 날씨가 건조해 극심한 가뭄과 잦은 화재가 발생한다.
8일 베트남 일간지 VN익스프레스와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7일(현지 시각) 베트남 중부 응에안성의 기온이 역대 최고치인 44.2도를 기록했다.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 북부 타인호아성의 6일 기온이 44.1도까지 올라가 최고치를 기록했고 하루 만에 이를 깼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이상 기온 현상은 베트남뿐 아니라 아시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이상고온으로 중부 최대 상업도시인 다낭 농부·노동자들은 평소보다 일찍 일을 시작해 오전 10시 전에 마쳤다.
하노이의 한 교민은 “수년 전만 해도 4~5월 기온은 30도 이상으로 일정했는데 지난달 중순과 이달 초 갑자기 기온이 40도 가까이 올랐고, 체감온도는 거의 50도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동남아에선 우기가 오기 직전 고온이 지속하는 편이지만 올해는 폭염 강도가 이전 기록을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 하반기 ‘엘니뇨 현상’이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아시아가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태국 서부 막주(州)에서는 지난달 최고기온이 44.6도까지 올랐다. 미얀마 동부의 한 지역에서도 10년 만에 기온이 43.8도까지 올랐다. 방글라데시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에 수도 다카의 도로 표면이 녹아내렸다.
인도에서 지난달 중순 최고기온이 45도에 육박하면서 뭄바이의 한 시상식장에서 13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하고 수십명이 입원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11세 소년은 지난달 열사병과 탈수증으로 사망했다.
딜립 마발란카르 인도 공중보건연구소장은 “엘니뇨 현상이 인도의 몬순 시즌(우기)을 방해하면 비가 부족해져 농업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동남아 폭염의 배후에 엘니뇨 현상이 있으며 올해 하반기엔 비가 줄어들고 폭염 빈도가 잦아지고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동남아 각국은 대책 마련으로 부심하고 있다.
필리핀 메트로마닐라에서는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이곳는 지난 2019년에도 건기와 엘니뇨현상이 겹쳐 수백만명이 제한급수를 받았었다.
말레이시아 왕립 공군도 기상청과 함께 페낭섬 상공에서 약품을 살포해 인공강우로 댐에 물을 보충하고 있다.
한편 동남아 전문 여행업계는 최근의 이상고온 현상으로 국내 여행이 줄어들까 부심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들이 구경을 많이 다녀야 하는데 폭염 탓에 숙소에서만 머무르는 일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태국 당국은 국민에게 폭염이 심한 시간대에는 실내에 머물기를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