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20억 원을 들여 만든 경남 거제의 목선 거북선이 고작 154만 원에 팔렸다. 그동안 미국산 소나무 사용 등 짝퉁 논란과 부실 제작 논란을 겪었다.
19일 거제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있은 ‘거제시 공유재산 매각 일반입찰’에서 ‘임진란 거북선 1호’가 154만 원에 낙찰됐다. 시는 지난 2월 1억 1750만 원에 매각을 하려고 했지만 7번의 유찰된 끝에 겨우 이 가격에 낙찰됐다.
거제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전시돼 있는 '1592 거북선'.
이 거북선은 개인이 낙찰을 받았고 사용 용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낙찰자는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 잔금을 치르고 계약을 해야 한다. 계약 후 30일 안에 인수해야 한다.
현재 거북선의 상태가 좋지 않아 온전한 모습으로 거북선을 이동시키기가 쉽지 않다. 3층 구조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이고 무게는 무려 100t이 넘는다.
낙찰자는 매각비와 별개로 거북선 인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부담해야 해 최종 매각이 이뤄질지 미지수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2월 공유재산법에 따라 낸 거북선 매각 일반입찰 공고 내용
이 거북선은 지난 2010년 김태호 도지사 재임 당시 경남도가 ‘이순신 프로젝트’로 제작했다. 충남 서천에서 건조해 1년 만인 2011년 해상으로 운송돼 지세포항에 전시됐다. 당시 국비와 도비 등을 합쳐 20억원이 투입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을 재현해 만들었다며 ‘1592 거북선’으로 불렸다.
하지만 국산 ‘금강송’으로 제작하기로 했으나 ‘북미산 침엽수’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 수사 결과, 전체 목재의 81%가 북미산 침엽수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과 달리 수입산 목재를 쓴 거북선 건조업체 대표는 2012년 사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손해배상 청구 등 책임 공방으로 준공검사와 인수가 한동안 미뤄졌었다. 이 문제로 당시 김두관 도지사는 대도민 사과까지 했다.
건조된 후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거제시는 거북선을 일운면 지세포항 앞바다에서 승선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흔들림이 심하고 비가 새거나 침수 등으로 관리가 힘들자 1년만인 2012년 바로 인근에 위치한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으로 올려 육상 전시를 하고 있다.
이어 여러 차례 보수를 했으나 햇볕, 비바람 등의 영향으로 육상 관리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방부 처리를 하지 않아 목재가 썩고 뒤틀림이 발생했다.
거제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거북선 유지 보수를 위해 1억 5000만원의 예산을 들였지만 지난해에는 태풍 '힌남노'로 선미(꼬리)가 파손됐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구조 점검 결과 일부는 손으로 만지면 부스러지는 등 선체 전부에 부식이 진행돼 방치하다가는 관람객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보수비도 새로 건조하는 비용 정도로 과다하게 들어갈 것으로 검토돼 불용처리 했다. 건조된 지 12년이 지나 심하게 부식되는 등 내구연한이 7~8년에 불과했다.
육상인 조선해양문화관 광장에 전시한 거북선. 이상 거제시 제공
거제시 관계자는 “제작 당시부터 목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태풍 등 영향으로 파손되기도 했고, 안전사고 우려도 계속 나오고 있어 처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거제시는 당초에는 현장에서 철거해 철갑, 철침, 쇠못 등은 따로 매각하기로 했으나 거제시 공유재산심의회에서 “바로 철거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고 재활용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매각을 하라”는 결정에 따라 매각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육상으로의 이동 수단이 거의 불가할 뿐 아니라 철갑, 철침 등을 매각했을 때의 가격이 150만 원 정도로 추정되자 입찰에 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7번의 유찰을 거쳐 이날 거제시가 추정한 가격과 비슷한 154만 원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