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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KBS"···9시뉴스 여앵커의 '민노총 파업 멘트' 왜곡 논란 일자 옷과 멘트 바꿔서 '화면 교체'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24 14:49 | 최종 수정 2023.05.25 12:35 의견 0

KBS '9시뉴스'의 여성 앵커가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의 16~17일 1박 2일 집회와 관련해 지난 18일 '왜곡 멘트'를 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음날 옷을 바꿔입고 멘트를 수정한 뒤 재녹화 화면으로 바꿔치기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장 기자가 적어준 '집회의 불법성 논란'을 다룬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사실과 다른 멘트를 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18일 방영된 KBS '뉴스9' 보도 화면(위)과 이튿날 수정된 화면(아래). 9시 뉴스 진행자인 이소정 앵커의 옷이 다르다. KBS노동조합 제공

23일 KBS방송인연합회와 KBS노동조합에 따르면, 18일 9시뉴스에서 이소정 앵커는 ‘경찰 '건설노조 집회, 강력 처벌' 천명···‘자의적 해석’ 논란도’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소개하면서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 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찰은 백브리핑(back briefing·공식 브리핑이 끝난 후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민노총 건설노조가 집회 과정에서 어떤 행위들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사례까지 제시하며 설명을 했다고 한다.

이 앵커는 이날 멘트한 본문 리포트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노조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도로 점거와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인데 특히 야간에 문화제를 빙자해 불법집회를 하면 해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작성한 현장 기자도 ‘불법집회 전력이 있으면 유사 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방침을 두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앵커는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다”고 달리 멘트를 했다.

이에 KBS의 A 기자는 이튿날 사내 보도게시판에 ‘건설노조 집회 처벌 관련 이소정 앵커 멘트, 명백한 오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앵커의 도입부 멘트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해당 멘트는 취재기자 리포트의 원문까지 왜곡한 오보”라며 “당일 여러 기사들을 보면 경찰은 백브리핑을 통해 밤샘집회에서 건설노조의 어떤 행위들이 집시법을 위반했는지 여러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고, 심지어 앵커가 소개한 해당 리포트의 본문에도 ‘불법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도로 점거와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이라는 내용이 나온다”고 밝혔다.

A 기자의 지적이 나오자 이후 KBS는 지난 19일 오후 10시 41분 이 앵커의 수정 멘트로 재녹화 한 뒤 앵커 멘트 화면을 해당 리포트의 도입부에 끼워넣었다.

이와 관련, KBS방송인연합회와 KBS노동조합은 23일 성명서를 배포하고 “이소정 앵커가 민노총에 대한 편향성으로 찌든 멘트를 한 것에 대해 A 기자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다음날 그 앵커멘트 화면을 슬쩍 바꿔치기했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은 “23일 현재 KBS ‘뉴스9′ 다시보기를 보면 이 앵커의 옷이 달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옷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앵커 멘트도 달라졌다”고 폭로했다.

KBS노조는 “옷이 바뀐 것을 보면 당일이 아닌 이후 새로 녹화해 바꿔치기 한 것 같다. 오보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모자라, 그 오보를 은폐하고 역사적으로 마치 아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덮는 조작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한편 민노총은 지난 16~17일 서울 광화문 일대 등에서 '1박 2일' 노숙집회를 했고 이들이 밤을 샌 자리에는 많은 쓰레기에다 담배 연기, 술냄새, 지린내가 진동해 출근길 시민들의 눈쌀을 찌뿌렸다.

KBS에서 진행자가 임의로 멘트를 왜곡한 사례는 지난 2020년 12월에도 있었다.

KBS노동조합 제1노조는 당시 김홍성 아나운서(현재 황금연못 진행)가 2020년 12월 19일 KBS1라디오(97.3㎒) 오후 2시 뉴스에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소식을 전하면서 야당(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봐주기 수사' 의혹 부분을 읽지 않았다. 제1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감사를 촉구했다.

KBS제1노조가 공개한 당시 KBS1라디오 오후 2시 뉴스 원고 일부

KBS1라디오 오후 2시 뉴스 원고 일부. 이상 KBS 제1노조 제공

KBS제1노조가 공개한 기사 원문에는 "정차 중 택시 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됐음에도 내사 종결하지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 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다"라고 주장했다(국민의힘 김웅 의원 발언)는 내용이 들어있었지만 홍 아나운서는 이 내용을 읽지 않았다.

KBS제1노조는 홍 아나운서가 김 의원의 발언 중 서술어인 '주장했다' 대신 '힐난했다'로 바꿔 읽은 것도 문제를 삼았다.

'힐난하다'는 '트집을 잡아 거북할만큼 따지고 들다'는 뜻으로 홍 아나운서가 김 의원의 문제 제기를 '트집 잡고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KBS제1노조는 또 홍 아나운서가 이 차관의 폭행 사건을 전한 단신기사에서도 '택시기사는 술 취한 승객이 행패를 부린다는 취지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뒤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습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고도 했다.

또 홍 아나운서는 당시 청문회를 앞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관련 뉴스에서 야당의 비판을 임의로 뺏다는 비판을 받았다.

KBS제1노조가 공개한 관련 원고엔 '또 이어 2010년 4억 1000만원에 산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를 2018년 8억 8000만원에 팔아 4억 7000만원의 수익을 냈고···. 특히 권 후보자는 세종시에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란 내용이 적혀 있었으나 이 내용도 뺐다.

KBS제1노조는 이와 관련 "확정된 방송 원고를 무단으로 삭제 및 변경한 것은 방송법 제4조 제2항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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