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같은 황당한 사고"…아시아나 승객, 대구공항 착륙 직전 250m 상공서 비상문 열어(동영상)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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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16:16 | 최종 수정 2023.05.27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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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낮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하기 2분전, 250m 상공에서 한 승객이 여객기 비상문을 여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여객기는 무사히 착륙했다.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9분쯤 제주공항을 출발해 낮 12시 45분쯤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 여객기 OZ8124편에서 30대 승객이 비상문을 힘껏 잡아 열었다.
여객기에는 승객 194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하고 있었지만 천만다행으로 착륙을 앞두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어 추락하거나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세찬 바람에 호흡곤란을 겪은 학생 등 1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중 학생 3명은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이 여객기에는 27일 울산에서 열리는 제52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제주특별자치도 선수단의 초·중학생들도 타고 있었다. 이들 일부는 대구공항 도착 직후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 당국은 낮 1시 5분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오후 1시 12분쯤 현장에 도착해 현장을 수습했다. 대구경찰청은 이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국토부 항공실에 따르면 이 여객기는 착륙 2~3분 전인 낮 12시 45분쯤 250m 상공에서 한 비상구가 열렸다. 이 비상구 옆 좌석에 앉은 30대 남성이 힘을 줘 문을 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이 승객은 "실수로 장치를 잘못 건드려 문이 열렸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은 먹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고도에서는 기압 차로 인해 문이 열리지 않는데 착륙 직전이라 기압이 낮아지며 열렸다”며 “이 비상문은 승무원이 없는 쪽으로 모든 비상구 옆에 승무원이 앉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정 고도 이상에서는 비행기 밖 대기압과 기내 압력 차이가 커 사람의 힘으로 출입문을 밀어도 열리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기장이나 승무원만 비상문을 열 수 있도록 별도 장치를 달거나 항공기가 완전히 착륙했을 때만 문이 열리도록 잠금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선 “화재 등으로 조종실이 손상되거나 기체 결함으로 기장·승무원이 별도 잠금장치를 풀지 못해 승객들마저도 출입문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탈출을 하는데 더 큰 방해를 받는다"고 말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원인을 승객의 과실로 판단하면서도 기체 결함 여부 등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
국토부는 “경찰 조사와 별개로 항공사를 통해 사고 경위와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예정”이라며 “(문을 연 남성 승객은) 경찰 조사 후 항공안정법과 항공보안법 등 관련 법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