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살맛 나는 세상] 분유 훔친 40대가 미혼모란 사실에 경찰관의 대응은?

더경남뉴스 승인 2023.06.02 18:41 | 최종 수정 2023.06.27 12:24 의견 0

40대 여성이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는데 생활이 어려운 미혼모였다. 이 사연을 조사 과정에서 들은 경찰관은 사비로 분유를 구입해 전달하는 등 미혼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 잔잔한 감동을 선물했다.

2일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23일 원주시 관설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서 한 여성이 물건을 훔쳤다는 112 신고가 들어왔다.

대형마트에서 분유와 기저귀를 훔치는 A 씨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A 씨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강원경찰청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 캡처

A 씨는 분유, 기저귀, 식료품 등 약 17만 원어치의 물품을 계산을 하지 않고 마트에서 몰래 나가려다 보안요원에 붙잡혔다.

A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조리원에서 막 나온 아기가 10시간 동안 밥을 못 먹었다”며 “돈이 하나도 없어 잘못된 걸 알고서도 분유 등을 훔쳤다”고 자백했다. A 씨는 “조산아로 인큐베이터 생활을 한 아이가 혹시 잘못될까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현장에서 A 씨를 지켜보던 강원 치악지구대 소속 고탁만 경사(34)는 A 씨의 말에 일단 의심을 품고 그가 사는 원룸을 방문했다. 그 안에는 생후 2개월짜리 갓난아기가 있었고 고 경사는 당초의 의심을 풀었다.

A 씨는 이전에도 절도 범죄를 두 차례 저질러 각각 벌금형(400여만 원)을 선고 받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내지 못해 벌금 미납자로 수배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홀로 아기를 키우면서 육아수당 등으로 생활했지만 분윳값을 낼 돈이 없어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연을 들은 고 경사는 마트로 가 자신의 사비로 분유를 샀고 A 씨에게 건넸다. 그도 지난해 12월에 아이의 아빠가 돼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그는 A 씨에게 벌금을 분할 납부할 수 있는 지원 정책도 안내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1주일 후 경찰을 찾아 “당시 경황이 없어 감사 인사를 하지 못했다. 덕분에 여러 도움을 받았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갔다.

다만 경찰은 A 씨를 지난 3월 말의 절도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