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여 만에 충북 청주 등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5월 경남 지역 한우농가 7곳에서 무더기로 브루셀라병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경남도 방역당국에 따르면 5월에 밀양의 한우농가 4곳, 하동 2곳, 창녕의 한우농가 1곳에서 브루셀라병이 발생했다.
브루셀라병은 소·돼지·산양 등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전염병으로 국내에서는 대부분 소에서 발생한다. 암소에게는 불임증과 임신 후반기 유산·사산을 야기하고, 수소엔 고환염을 일으켜 ‘가축전염병 예방법’에서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된다.
밀양에서는 5월 상순 진행한 상반기 브루셀라병 일제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됐다. 하동과 창녕에서도 중순과 하순에 각각 출하 전 검사에서 확진이 나왔다.
특히 밀양은 브루셀라병이 매년 발생해 풍토병으로 자리 잡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5년간 브루셀라병 발생 건수는 무려 78건에 이른다. 기존 발생 농가에서 재발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브루셀라병은 세균의 잠복기가 길고 환경 생존력이 강해 사멸시키기가 어렵다. 따라서 한우농장에서 브루셀라병이 발생하면 해당 개체만 살처분 한다. 대규모 살처분 등 큰 피해가 없지만 발생 농장에는 이동제한 조치가 적용돼 해제될 때까지 소를 출하하거나 입식이 제한된다.
발생 농장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시인 ‘결핵병 및 브루셀라병 방역실시요령’에 따라 6개월간 3차례 이상 검사가 이뤄지며, 음성이 나와야 이동제한이 해제된다. 이동제한 해제 이후에도 방역 당국의 소독 점검을 통과해야 재입식이 가능하다. 농가 입장에선 최소 반년 이상 정상적인 농장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밀양의 한 한우농가는 “수년째 병이 반복되다 보니 언제 발병할 지 몰라 불안감이 크다. 송아지 입식을 몇 주 전에 해야 됐지만 마을 인근에서 브루셀라가 계속 발생해 입식을 미뤘다”고 말했다.
브루셀라병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백신 접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전체 감염률이 낮다며 아직 백신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방역 전문가는 “방역 당국이 재입식을 허가한 기존 발생 농장에서 브루셀라병이 발생한 사례가 나오고 있어 현재의 방역 방식으론 브루셀라병 퇴치가 어렵다”면서 “전국 확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빈발 지역에서라도 백신 접종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현재 공무원 입회 하에 채혈이 이뤄지고 일제검사 횟수도 1회 더 늘려 주사한다”고 밝혔다.
■브루셀라병 추가 정보
브루셀라균에 감염되면 발열, 오한, 발한, 권태감, 체중 감소, 유산 등을 유발하며 병원성이 높지 않지만 세포에 기생해 치료가 어렵고 외부적으로 질병의 감염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동물간의 감염은 상처 부위로 균이 침투하거나 오염된 사료에 의해 이뤄진다. 전파 속도가 매우 빨라 가축에 감염되면 피해가 매우 심하다.
돼지의 경우 수퇘지의 생식기가 감염 되면 집단 전체가 감염되고 소·양·염소 등은 오염된 젖을 통해 브루셀라균을 배출할 수 있다.
브루셀라병은 사람도 감염되는 인수(人獸·사람과 짐승) 공통전염병으로 사람이 감염되면 발열·관절염 증상과 함께 신체 기관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사망률도 2%에 이른다. 다만 사람은 브루셀라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해 감염되지만 사람간 전파는 거의 없다.
예방법은 농장 내 위생적인 관리와 철저한 방역대책 수립이다.
외부에서 새로이 입식할 땐 반드시 믿을 수 있는 곳에서 구입해야 한다. 입식 시 브루셀라병 검진증명서를 확인해야 하며 동거우들과 30~60일 이상 격리시키면서 관할 지역 방역기관에 의뢰해 브루셀라균 검사를 다시 받아야 잠복기 개체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유산 태아나 후산물 처리 시 반드시 보호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유산한 어미소는 반드시 격리시키고 태아 및 분비물, 유산 장소, 기구 등은 그 자리에서 완전히 소독한 후 매몰하거나 소각해야 한다.
양성 확정 한우는 특별한 치료 없이 살처분되며 소 브루셀라병 특성상 균혈증 기간이 짧아 근육 내 세균이 존재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식육을 통한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백신 접종에서 유의할 점은 브루셀라 백신은 생균백신이므로 반드시 수의사나 방역 관계자가 해야 하며 가장 효과적인 투여 시기는 4~8개월령의 송아지에 투여하는 것이며 백신 접종우는 반드시 개체표시를 해야 한다.
브루셀라 백신은 브루셀라병 방어 능력을 증가시키지만 100%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국내 백신주는 'RB51'로 이 균주도 완벽하게 브루셀라병을 방어할 수는 없는 것으로알려져 있다. 한우에서의 안전성 시험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백신 접종에 대한 지나친 믿음을 갖지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은 농장 간의 질병 전파속도가 빠르거나 대상 질병이 만연되었을 때 살처분 정책의 전 단계에서 고려된다.
브루셀라병에 대한 인체 백신은 연구 중이지만 안전성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해 아직 개발되지 않고 있다.
OIE(세계동물보건기구), 세계보건기구(WHO), UN 식량 농업기구(FAO) 및 국제 결핵 및 폐 질환 방지 연맹(The Union)은 지난 2017년 10월 동물성 결핵에 대처하기 위한 최초의 로드맵을 공동으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