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마다 반전의 이야기를 생산한 경남 양산 물금고가 애석하지만 값진 전국대회 준우승을 했다. 창단 8년만이다.
물금고는 27일 오후 1시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경북고에 1-4로 패했다.
물금고는 2015년 창단해 8년 만에 전국대회 결승에 오른 팀이다. 이번 대회 전까지 최고 성적이 8강에 그치는 등 비교적 주목도가 낮은 팀이었으나 반전을 이뤄냈다. 16강전에서 10점 차를 뒤집고 마산고에 승리를 거둔 것을 시작으로 서울 충암고와 경기상고를 잇달아 꺾으며 돌풍의 주역이 됐다.
반면 결승에서 맞붙은 경북고는 4대 전국대회에서 21회 정상에 오른 최다 우승팀. 다만, 청룡기와는 인연이 없었고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뛰던 1993년 우승 이후 30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렸다.
돌풍의 물금고와 전통의 명가 경북고의 한판 대결로 이목을 모은 결승전에서 미소를 지은 쪽은 경북고였다.
1회 물금고 선발 배강현이 선취점을 내줬다. 김세훈과 박관우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냈고, 임종성 번트 때 주자가 2·3루로 진루했다. 후속 타자 전미르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이어 2회에는 안정환과 박건우에게 안타를 맞으며 1사 2·3루가 됐고 김세훈 뜬공 때 1점을 더 내주며 점수는 0-3이 됐다.
4회 아쉬운 수비로 1점을 더 내줬다. 선두 타자 안정환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이어진 2사 2루에서 좌익수가 포구 실책을 범하며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물금고는 앞서 4경기에서 무려 47점을 올리는 등 불방망이를 뽐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경북고 선발 투수 이승헌에게 7회까지 꽁꽁 묶였고, 3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자가 득점권에 나갔으나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다. 특히 7회 1사 1·3루에서 중심타자 김기환과 김우성이 타석에 들어섰으나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8회 물금고가 바뀐 투수 박성훈을 공략해 득점에 성공했다. 1아웃 이후 이승주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이재환이 3루수 실책으로 살아 나갔다. 김준영까지 볼넷으로 1루를 밟으며 만루가 되자 경북고는 투수를 박관우로 교체했다.
물금고는 공민서가 바뀐 투수를 상대로 볼넷을 골라내며 밀어내기로 첫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후속타자 강도경이 삼진, 고승현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선발 투수 배강현은 4회 실점 이후 안정적인 투구로 추가 실점을 막았고 공 102개를 던지며 8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이어진 마지막 9회 초 공격 물금고는 공세를 이어갔다. 선두 타자 김기환이 기습 번트를 대고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공이 먼저 도착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가 올라갔다.
물금고는 김우성이 중견수 방면 안타로 다시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고동재가 2루수 땅볼을 쳤고, 1루에서 절박함을 담아 슬라이딩했으나 병살을 막지는 못하며 최종 1-4로 청룡기 결승을 마감했다.
결승전 후 열린 대회 시상식에서는 물금고 공민서가 12안타로 최다안타상을 받았으며, 배강현이 감투상을 받았다. 마산고등학교 이재원은 도루 4개를 기록하며 도루상을 수상했다.
한편, 예상치 못한 물금고 선전에 지역사회도 들썩였다. 결승 진출이 확정되자 양산시와 체육회, 물금고는 대규모 응원단을 구성하고 결승전 당일 380여 명이 버스 10대로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강원 인제군에서 진행 중인 초청 우수 중학교 서머리그에 참가한 양산 원동중 야구부도 주최 측의 양해를 얻어 대회 일정까지 조정하며 결승전 구장을 찾았다.
나동연 시장과 윤영석 국회의원 역시 양산에서 응원단과 함께 버스를 타고 경기장을 찾았다. 김두관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바로 경기장으로 와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등 지역 정치권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