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3권 값이 무려 1억 6천여만 원'...신학림 전 언노련 위원장 압색, 김만배 허위 인터뷰 혐의
대선 앞 "윤석열 검사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보도
책 3권 값이 무려 1억 6천여만 원…검찰 "사실상 대선 개입"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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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1 18:43 | 최종 수정 2023.09.1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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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3권 값이 무려 1억 6천여만 원···. 고개가 갸우뚱'
검찰이 1일 신학림(64)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허위 인터뷰 대가로 1억 6500만 원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강제수사)에 나섰다. 시중 서점에서 신 전 위원장의 이 책은 한 권당 1만 8000원에 살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신 씨의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그의 주거지와 그가 대표로 있는 서울 종로구 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노트북, 출판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신 씨는 경남 남해 출생으로 한국일보 계열 영자신문인 코리아 타임즈에서 기자로 일했다. 한국일보 노조위원장을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하자 자신이 나서 노조위원장을 3년간 했다. 신 씨는 김두관 의원(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남해중, 남해종고 동기동창이다. 김 씨는 한국일보 계열사인 일간스포츠에 입사했다.
검찰에 따르면 뉴스타파 전문위원이던 신 씨는 김 씨와 공모해 20대 대선 직전 윤 대통령과 대장동 사업에 관한 허위 인터뷰를 보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김 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검 주무과장이던 윤석열이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직접 면담하고 범죄 혐의를 임의로 덮어주는 봐주기 수사를 했고, 한편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의 과다한 요구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자신의 인터뷰 형식 발언을 대선 직전에 보도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신 씨가 이후 사적 만남을 가장해 김 씨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발언을 녹취한 뒤 2021년 9월 20일쯤 김 씨로부터 청탁 이행과 결부된 대가로 1억 6500만 원(부가가치세 1500만 원 포함)을 송금 받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어 김씨는 대선을 3일 앞둔 지난해 3월 6일 뉴스타파를 통해 김 씨의 육성 발언을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당시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직 후인 2021년 9월 15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카페에서 김 씨가 신 씨와 나눈 대화가 담긴 1시간 12분 분량의 음성 녹음파일을 확보했다"며 이 내용을 보도했다.
이 보도에는 김 씨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 씨의 부탁으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대검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씨는 이 음성파일에서 "통할만 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검찰의 조 씨 조사에서 "윤석열이가 '네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라고 했다면서 "(주임검사가 조씨에게) 커피를 주면서 몇 가지 하더니 보내 주더래. 그래서 그 사건이 없어졌어",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씨가 "이제 또 땅값이 올라가니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등 부대조건을 계속 붙였다)"며 "그래서 내가 욕을 많이 했다. 'X같은 XX, XX놈, 공산당 같은 XX' 했더니 성남시의원들이 찾아와서 '그만 좀 하라'고 했다"고 언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는 이 보도를 토대로 TV토론에서 윤 대통령에게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타 줬나"라고 공세를 폈다.
하지만 조 씨는 2021년 1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며 대검 중수부에 출석할 때 만났던 검사는 박 모 검사뿐이었다고 반대 진술을 했다.
조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도 2021년 9월 김 씨로부터 "'윤석열이 커피 타줬다'고 말할 테니 양해해달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련의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종합하면 신 씨가 김 씨를 인터뷰 한 지 6개월이 지나고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 보도했고 부정한 청탁과 금품이 오간 점에 비춰 '사실상 대선 개입'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신 씨는 이와 관련, 이날 경기 고양시 자택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만배가 저한테 거짓말을 얘기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허위인지 진실인지 저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1억 6500만 원은 허위 인터뷰 대가가 아닌 자신의 책 3권을 판매한 값이라고 했다.
그는 "이 책의 가치를 그 이하로는 생각하지 않고, 이 가치를 김만배는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물 분석을 끝낸 뒤 신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 김 씨도 배임증재 혐의로 입건했다.
검찰은 김 씨를 기존에 기소된 일부 혐의를 적용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현재 김 씨는 대장동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구속 기간(6개월)은 9월 7일 만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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