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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말이 맞나?"···경남 의령군의회 직원 '5급 승진' 놓고 군-군의회-노조 초유의 공방

군의회, 5급 승진 내정하자 군과 군 노조 비판
군의회 의장 "의회 인사위원회 거쳐 단행"
군 "승진 가능자는 내정자 1명밖에 없어 특혜"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1.15 02:52 | 최종 수정 2024.01.16 00:20 의견 0

경남 의령군의회의 지난해 말 '5급 사무관 승진 내정자'를 두고 군의회와 군간에 특혜 공방이 지속되고 있다. 군 노조도 군의 주장에 가세해 군의회의 이번 결정은 특혜라며 공세에 나섰다.

의령군의회는 지난해 12월 29일자로 군의회 6급 주무관인 A 씨를 5급(사무관) 승진자로 내정했다. 곧이어 이른바 '특혜 논쟁'이 불거졌다. 군의회는 군의회가 단독으로 인사를 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고, 군은 양 측간의 인사 합의 사항에 정면 배치된다고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역본부 의령군지부는 여러 곳에서 문제가 도출돼 있다며 취소를 주장했다.

의령군의회 건물. 군의회 제공

군의회는 지방자치법이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 1월 13일 시행돼 지방의회가 인사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고, 군은 그해 1월 '의회 직원은 군에서 파견한 것으로 본다'는 인사 업무 협약을 했고, 이번 승진 내정자는 특정인을 위한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 지방자치법 103조에는 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던 의회 사무직원 임용권을 지방의회 의장이 갖도록 했다. 따라서 의회 의장이 의회 사무직원의 임면과 교육, 훈련, 복무, 징계 등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는 조직권과 예산권이 없다. 조직권이 없다는 것은 의회 소속 직원의 전보, 승진 등 인사는 할 수 있지만 부서별 인원을 늘리거나 줄이고,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못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개정 지방자치법 시행으로 일부 지자체에선 지방의회가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여타 지자체에선 관련 조항을 놓고 조율하면서 의회의 인사 독립을 해나가고 있다. 지방행정부와 지방의회 간에 약속한 인사 업무는 사전에 양자 간에 협정한 내용을 재의논해 합의안을 다시 내는 것이 상식이다.

이번 의령의 인사 건은 '특혜성 인사' 논란은 차지하고 전국의 지자체에 영향을 크게 끼칠 전망이다.

시간대별로 논란 과정을 짚어본다.

▶군 노조 입장 발표

전공노 경남지역본부 의령군지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인사 내용이 공개되자 2일 뒤인 29일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우려 현실화’라는 성명서를 내고 “객관성, 공정성, 타당성이 결여된 불공정한 인사는 승진 당사자도 부담이 클 뿐만이 아니라 군민들이 이 사실을 알 경우 파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군의회는 인사 업무 등에 관한 협약서 등 인사 운영 기준에 부적합한 인사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군의회 의장 입장

논란이 확산되자 김규찬 군의회 의장은 지난 10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혜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김 의장은 인터뷰에서 "이번 군의회 승진 내정자는 의령군 공무원으로 21년간 근무하면서 6급(계장)으로 10년 정도 있었고, 군청에서도 행정과 등 여러 부서에서 근무하는 등 능력이 뛰어나 의회사무과 6급 4명 중 승진 1순위"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인사위원회에 올라온 6급 4명 중 1등을 차지할 정도여서 승진 내정자로 발탁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군의회 인사위원회까지 열어 단행한 인사를 어떻게 철회하나”며 “지방의회가 지난 1991년 출범한 이후 33년이 지났는데 이제 의회도 독립된 예산과 인사권을 가져야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군 입장

의령군은 '군의회 5급 승진 내정자 6급 A 씨 선정에 문제없다'고 밝힌 군의회 의장의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의령군 하종덕 부군수는 김 의장의 언론 인터뷰가 나온 10일 오후 군청 2층 회의실에서 '군의회 의장의 파행인사 철회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600여 의령군 공무원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군민을 무시한 인사"라고 비난했다.

하 부군수는 "군과 군의회는 2022년 1월 인사 업무 등에 관한 협약을 하고 집행부와 의회의 상호공존을 위해 별도 협의가 있을 때까지 군의회 직원은 군에서 군의회로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며 군의회와 상호 협력해 결정한다고 협력했었다. 이 협약에 따라 양 기관 간에 인사 운영을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군의회는 협약서상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지방자치법 제103조의 지방의회 의장의 인사권만 내세우며 의장 독단으로 2024년 상반기 인사예고와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며 "기관간 문서로써 한 협약 조항을 손바닥 뒤집듯 가벼이 여기는 군 의장의 일방적 인사 행태는 양 기관 간의 신뢰를 훼손한 무책임한 행태이고, 이러한 의장의 일방적이고 특혜성 승진 인사로 의령군 600여 공직자는 깊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하 부군수는 "의장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군민 등에게 이번 승진 인사의 부당함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즉각 승진 인사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 개정안 제103조 내용

군은 이어 12일 재입장문을 통해 "김 의장의 입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다시 반박했다.

군은 “(의장이) 승진 내정자 A 씨가 의회 사무과 6급 4명 중 승진 1순위라며 후보자 4명이 군의회 인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승진내정자로 결정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군은 이와 관련, "당시 군의회 6급 직원은 행정직 2명, 공업직 2명으로 ‘의령군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업직은 5급 정원에 공업직 직렬이 없어 해당 사항 없으며, 또 2명 모두 승진 의결일 기준으로 5급 승진 최저소요연수인 3년 6월도 충족하지 못했고 ▲행정직 2명 중 1명도 승진 최저소요연수를 충족하지 못해 궁극적으로 5급 승진 가능자는 A 씨밖에 없었으며 지난해 12월 27일 5급 승진 예정자를 행정직렬 1명으로 인사예고 한 점은 특정인을 위한 인사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군은 또 "승진 내정자가 6급으로 10년 정도 있었다는 의장의 주장은 군의 입장문에 명시하고 있듯이 8년 6개월째 근무하고 있으며, 군청에서도 행정과 등 여러 부서에서 근무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군청에서는 6급 기준으로 기획예산담당관 1년, 주민생활지원과 6개월 등 1년 6개월에 불과하며 행정과 근무는 9급 시기에 2년을 근무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군 노조의 1차 성명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우려 현실화

1. 공무원노조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행사 되어져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2022년 1월 13일부터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의회의 권한이 어디까지 부여하게 될 지 걱정이 앞서는 가운데, 의령군의회는 2024년 1월 정기인사에 비상식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5급 승진 인사를 감행하였고, 의령군 공무원들은 사기 저하 등 비판과 원성이 극에 달했습니다.

2. 의령군의회는 올해 막말과 비하 발언 등으로 비도덕성이 확인되었고, 의회 측에서 지부장을 직무 유기, 공문서 위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명예 훼손 등으로 고소‧고발을 하였으나, 4건 모두 무협의로 종결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인사권 독립' 시행 첫 해부터 집행부와 교류 단절, 권한 과시 등의 부작용이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3. 따라서 의령군의회의 일방통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의령군지부에서 성명서를 내 의령 군민께 부당함을 알리고, 의회가 바로 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2024년 1월 5일

■[군 노조의 2차 성명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우려 현실화!

인사권 독립은 지방의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고, 2022년 1월부터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발효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인사권 독립은 자율성과 전문성 강화 면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지방의회가 보여준 역량과 도덕성 등을 감안할 때 자정능력이 결여된 지방의원들이 과연 이 같은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지 국민과 언론들은 걱정이 앞섰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2024년 1월 의령군의회 정기인사 사전예고부터 삐걱거리면서 의령군 공무원들의 사기는 땅바닥에 떨어지고, 비판과 원성이 의회를 향하고 있다. 인사 병폐, 집행부와의 교류 단절 등의 부작용이 시행 첫해부터 그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경력, 현 직급 승진일 등 모든 부문에서 수 년을 뒤처지는 데도 5급 승진에서 특정인을 지목하여 인사에 반영한 것은, 2022년 1월 의령군-의령군의회 인사 업무 등에 관한 협약서 제8조(한시적 인사 운영) 제1항, 제2항을 위배하는 사안으로 인사권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협약서에 따르면 “2022. 1. 13.부터 별도 협의 시까지 의령군의회 근무 직원은 의령군에서 의령군의회에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27조의 2에 따른 파견으로 운영한다” “제1항에 따른 의령군의회 근무 직원에 대해서는 의령군의회와 상호 협의하여 결정하며 양 기관은 이에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당시 군과 의회가 합의한 사안이다.

법이 바뀐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권한 확대 자체가 지방분권의 본령은 아닐 것이며 권한 만큼 자질이나 전문성, 역량, 책임이 중요할 것이다. 의령군의회가 의령군과 신뢰를 구축하지 않은 채 인사권 독립을 남용한다면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사전에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객관성, 공정성, 타당성이 결여된 불공정한 인사는 승진 당사자도 부담이 클 뿐만이 아니라 군민들이 이 사실을 알 경우 파장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의회 사무과에 자기 사람 심기, 인사 뒷거래, 선거판 줄 세우기 등의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 못 끼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의원들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사적인 비서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예단도 없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끼워 넣는 단추는 집행부와 의회의 조화를 깨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따라서 의령군의회 부당한 인사에 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의령군지부는 강력히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인사업무 등에 관한 협약서 등 인사 운영 기준에 부적합한 인사를 철회하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의령군지부 400여 조합원은 의령군의회 부당한 인사를 바로 잡고, 존중받는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할 것이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다.

2023년 12월 29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 의령군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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