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는 '원숭이에게 아침에는 3개, 저녁에는 4개의 도토리를 준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아는 어리석음을 가리킵니다. 주체를 달리하면 잔 술수를 이용해 상대방을 현혹시킨다는 말도 됩니다.

오늘 더경남뉴스 기자들과 다가오는 총선(4월 10일)에서 후보자들의 '사탕발림성 공약'을 잘 걸러내자며 말을 나누던 중 조삼모사란 말이 거론돼 알아봅니다.

이 뜻이야 대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아침 조(朝), 석 삼(三), 저물 모(暮), 넉 사(四)입니다. 어떻게 나왔는지 그 유래를 살펴봅니다.

조삼모사는 '열자'의 황제편과 '장자'의 제물론편에 나오는 고사성어입니다.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에 저공(狙公)이란 사람이 원숭이를 매우 좋아해 키웠는데 원숭이들도 저공을 잘 따라 의사소통까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저(狙)는 '원숭이 저'입니다. 공(公)은 '공평할 공'의 뜻이지만, 성이나 이름 뒤에 사용해 상대가 남자일 때 높이는 의존명사이지요.

하지만 원숭이 수가 늘어나면서 원숭이 먹이인 도토리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공은 원숭이들을 모아 놓고 “지금부터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아침에 하나를 덜 먹으면 배가 고프다”며 펄쩍 뛰었습니다. 저공은 말을 고쳐 다시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고 했지요.

이 말에 원숭이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일의 결과를 놓고 보면 똑 같은데 이를 모르는 어리석음을 비유할 때나 잔꾀로 남을 속일 때도 사용합니다.

그런데 조삼모사를 사용할 때 헷갈려지는 사자성어가 하나 있습니다.

조령모개(朝令暮改)입니다. ‘아침에 명령을 내리고 저녁에 다시 고친다’는 뜻입니다. 아침 조(朝), 명령 영(令), 저물 모(暮), 고칠 개(改)입니다.

조삼모사는 ‘잔머리로 상대를 속이는 것’이고, 조령모개는 ‘일관성 없는 것’으로 의미는 다릅니다. 그런데도 이 두 사자성어는 언급할 때 곧잘 연계돼 떠오르지요.

조변석개(朝變夕改)란 사자성어도 있는데 '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고친다'는 뜻입니다. 조령모개와 비슷한데 시쳇말로 하면 '방정을 뜬다'와 비슷해 보입니다. 아침 조(朝), 변할 변(變), 저녁 석(夕), 고칠 개(改)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수치와 말을 살짝 바꾸는 '조삼모사'나 아침 것을 저녁에 고치는 '조령모개'는 통하는 건 있네요. 하지만 조삼모사와 조령모개를 비교해 보면 뜻이 많이 다릅니다. 잘 파악해 상황에 따라 잘 사용해야 하겠네요.

한편으로 조삼모사 유래에서 나오는 '저공(狙公)'이란 단어가 흥미롭네요. 송나라 사람 이름이지만 일반 단어의 뜻도 있습니다.

'원숭이'를 달리 말하고, '원숭이를 재주 부리게 해 돈벌이를 하던 사람'으로 쓰는군요.

후대에 원래 사전적 의미와 달리 '어의전성'(語義轉成), 즉 낱말의 뜻이 변해 이뤄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