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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콤플렉스에 패배 않는 것”···재일교포 2세인 김소부 재일본 진주향우회 회장 자서전 '베푸는 人生(인생)'에 담긴 스토리

성장, 사업 성공, 가수 데뷔, 베푸는 삶 등 담아
재일본 진주향우회장으로 경상국립대엔 장학기금
번역서 ‘도쿄 경남도민회’ 방문 일정 맞춰 전달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4.20 20:21 | 최종 수정 2024.04.21 18:18 의견 0

“사람을 고용하면서 겸허함이 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 평소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자연스레 배려나 다정함,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을 깨달았다”(모든 남성 직원 사직서 제출 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콤플렉스에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가난한 집, 상급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슬픔, 그 많은 콤플렉스가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자서전 출간 때)

경상국립대(GNU)가 번역 출간한 재일동포 기업가 김소부(金昭夫·79) 가네시마간코(金嶋觀光) 그룹 회장의 자서전 '베푸는 인생(人生)'의 자수성가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171쪽의 이 자서전은 비매품이다. 경상국립대는 지난 19일 모국을 방문한 김 회장과 ‘도쿄 경남도 도민회’ 회원들에게 이 번역서를 전달했다.

김 회장과 도쿄경남도민회(회장 손영태) 회원 20여 명은 18~21일 4일간의 일정으로 모국을 방문해 산청 동의보감촌, 진주 지수면 부자마을인 승산마을 등을 찾는다.

19일 저녁 경남 진주시 신안동 더하우스갑을에서 열린 재일동포 기업가 김소부 가네시마간코 그룹 회장(맨 앞줄 왼쪽에서 5번째)의 자서전 '베푸는 인생(人生)' 번역서 전달식 모습. 경상국립대에서 번역한 이 책은 ‘도쿄 경남도 도민회’ 회원들에게 전달됐다. 경상국립대

경상국립대는 19일 저녁 진주시 신안동 더하우스갑을에서 권순기 총장과 대학본부 주요 보직자, 김 회장과 도쿄도민회 회원 등 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소부 회장 자서전(번역본) 전달식’을 가졌다.

'베푸는 인생(人生)'은 김 회장이 어린 시절의 지독한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기업가로 자수성가 하는 과정을 담담한 필치로 쓴 자서전이다.

소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형제들 앞에 청산가리를 내밀며 다 같이 죽자고 한 이야기, 인생에서 단 한 번의 만남이 만들어 준 사업 성공 이야기, 인재 육성과 모국애를 실천하기 위해 끝없이 베풀어 나간 이야기들이 잔잔하게 이어진다.

특히 사람을 대하는 방법의 원점(계기)이 되었던 일화는 기업가, 직장인 모두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평소 직원들의 인격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성 직원 15명에 여성 직원 40명 등 제법 규모를 갖춘 ‘콩코드’라는 고급 클럽을 운영할 때다. 어느날 갑자기 남성 직원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

사직의 이유를 알고 보니 김 회장이 직원을 비인격적으로 대했고, 그들의 노력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데 크게 미진했다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사람을 고용하는 측에서는 겸허함이 있어야 하는데 미흡했다. 이를 계기로 감사하는 마음이 근원에 있어야 자연스레 배려나 다정함,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인간성을 연마하는 10대 사훈’을 제정했다.

이 사훈에는 ▲변명을 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불평하지 않는다 ▲염려할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을 갖는다 ▲사람에게 정성을 다한다 ▲예의 바르고 민첩하게 행동한다 등을 담았다.

김 회장이 76세이던 2021년 가수로 데뷔한 것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김 회장의 데뷔곡은 '신주쿠시구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를 때가 가장 즐거웠는데 이것이 가수로 데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가사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애린 추억과 함께 남성 직원들이 사직했을 때 자신 곁에 남아준 여성 직원에 감사한 마음을 담았다.

김 회장은 자서전 발간에 대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콤플렉스에 패배하지 않는 것이다. 가난한 집, 상급 학교에 갈 수 없었던 슬픔, 그 많은 콤플렉스가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제가 걸어온 길이 이 책을 읽는 분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의 진주 사랑은 남다르다.

지난 2019년 4월 경상국립대에 통합된 옛 경남과학기술대에 1억 원, 지난해 10월 경상국립대에 1억 원의 학교발전기금을 출연했다.

경상국립대는 2022년과 2023년 두 번에 걸쳐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옛 경남과학기술대는 김 회장에게 2019년 제1호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경상국립대는 2022년 10월 김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경상국립대는 감사패에서 “김소부 회장의 애향심은 재일교포 사회와 고향 진주 그리고 경상국립대에 은혜의 강물로 흐르고 있다. 우리 재일동포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손길을 내밀었고 진주가 발전하는 데 헌신하셨으며 경상국립대의 미래에 마음을 주었다”고 기재했다.

권순기 총장은 자서전 번역, 출간과 관련해 “김소부 회장님의 인생은 재일동포 2세가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들려준다. 특히 김 회장의 인생 스토리는 교훈과 감동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나라 젊은 대학생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현대사의 한 페이지라고 할 수 있다”며 “'베푸는 인생(人生)'을 모든 경상국립대 구성원과 경남 도민, 우리나라 국민들이 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일본 진주향우회 회장이자 가네시마간코(金嶋觀光) 그룹 김소부 회장(왼쪽)이 19일 경상국립대에서 번역한 자신의 자서전 '베푸는 인생(人生)'을 받고 있다. 경상국립대

김 회장은 1945년 6월 12일 일본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출생했다. 21세에 사업을 시작했고, 일본 최초의 가라오케룸인 ‘747’을 도쿄 이케부쿠로에 개점했다.

현재 9개 ‘747’ 영업점 외에 ‘가쿠레야’, ‘긴노이탈리안’ 등의 음식점을 운영하며 신주쿠 일대에 15동의 빌딩을 소유하는 등 가네시마간코(金嶋觀光) 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재일동포 2세 사업가로 재일동포 중심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산하기관의 생활상담센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재일본 진주향우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국과의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관으로서 실천한 역할을 높이 인증받아 대한민국 외교부 장관상(2010년), 대한민국 국민훈장 동백장(2016년)을 받았다.

그는 모국에서 태풍·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수재의연금을 내놓았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그가 나고 자란 이바라키(茨城)현에 1000만 엔과 식료품을 기부한 적도 있다.

또 재일동포 출신 스포츠 선수 육성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 2021 도쿄올림픽 유도 동메달리스트인 재일동포 출신 안창림 선수를 지원한 일화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재일교포 2세임에도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지키며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김소부 회장의 좌우명은 ‘눈은 세계로, 마음은 고국으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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