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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잔재를 찾아서] '맞다이'와 '다이다이'의 탐구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4.29 16:23 | 최종 수정 2024.05.03 17:35 의견 0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유독 일본말 잔재가 많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입니다. 한때 우리의 방송이 재미 없을 때 부산에서 일본 방송이 잡힌다며 부러워했다는 말도 있었지요. 더경남뉴스가 부울경에 남아 우리말처럼 오해되고 있는 단어들을 찾아나섭니다. 편집자 주

'방탄소년단'의 하이브와 '내부 분쟁' 중인 걸그룹 '뉴진스' 소속의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지난 25일 생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 측을 향해 ‘개저씨’ ‘양아치’ ‘지X’ ‘시XXX’ ‘들어오려면 맞다이(맞상대)로 들어와라, 뒤에서 개지X 하지 말고’ 등의 거친 발언을 막 쏟아내 화제가 됐었죠.

적지 않은 네티즌들은 이날 민 대표의 말들이 거칠긴 해도 "내 심정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통쾌하다"는 반응입니다.

그가 말한 '맞다이'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맞다이'는 젊은층이 일상에서 쓰는 말로 '맞짱'을 뜻합니다. 우리말 '맞(맞이)'과 일본말 '다이(対·對의 신자체)'가 합쳐 축약된 것입니다. 신자체란 한자 정자체를 일본에서 약식으로 쓰는 글자입니다.

요즘엔 '맞다이'처럼 각국의 말을 간단히 섞어 쓰는 유행어가 많기도 하지요.

용례가 비슷한 '술다이'도 있는데 '술맞짱'으로 1대 1로 술을 누가 더 많이 먹는 지를 겨루는 것입니다. 한 명이 취해 나가떨어질 때까지 마신다는 상남자 간의 겨룸인데 우매한 행동이지요.

몇 년 전 인기 드라마였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대학 MT에서 남학생 선배 윤진이가 여학생 후배 빙그레에게 "오늘 우리 둘은 밤새 다이다이하는 거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둘이서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시자는 의미로 해석합니다.

'맞다이'는 '다이다이'로 주로 씁니다. 다이다이를 풀이하려면 '다이'를 먼저 알아야 하겠습니다.

일본어 신자체인 '다이'에는 음독(음성)으로 대별하면 밑받침을 뜻하는 대(臺)가 있고, 대응하다란 대(対)가 있습니다.

대(臺)의 다이는 받침대입니다. 일본어 히라가나(외래어 제외한 모든 일본어 표기 기본문자)로는 '다이(たい)'입니다.

※참고로 '다이(たい)'는 타이로 발음하기도 하지만 '맞다이'와 '다이다이' 풀이룰 돕기 위해 다이로 통일해 씁니다.

또다른 대(対)는 일본어 히라가나의 음독으로 다이(たい), 쯔이(つい)이고 훈독으론 코다에루(こたえる·대응하다)입니다.

다이다이(対対)는 대(対) 두 개를 이어 붙인 일본어 조어입니다. '상대방의 행동, 요구 등에 맞춰 행동하거나 반응할 때' 사용한다고 돼 있네요. 조어이기에 일본어 표준어사전에서는 이 단어가 없습니다. 속어입니다.

따라서 다이다이는 '대등하게 맞붙는다', '1대 1'로 맞짱을 뜬다'는 의미로 활용됩니다.

이 말고도 비슷하게 연관시킬 수 있는 문구가 있습니다.

'얼굴을 맞대다'라는 뜻의 '다이다이(タイマン)'가 있습니다. 이 문장이 외래어와 섞여 있어 일본어 가타카나(외래어 전용)로 음독한 것입니다.

다이(タイ·対(상대))와 마응(マン·man)이 합쳐진 것인데 영어 'man to man'에서 비롯됐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싸우다' 의미로 영역을 넒혀 사용되며 맞짱을 뜨자는 말이지요.

또 '타이아다리(体当たり)'라는 말이 있는데 '몸을 정면으로 맞부닥쳐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뜻입니다. 다리(たり)는 '동작, 결과의 존속 상태'를 의미하는 조동사로 '하고 있다', '하고 있는 중이다'의 뜻입니다.

일각에서는 죽는다는 뜻의 'die-die'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맞짱을 떠 사생결단을 내자는 의미로 쓰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표기 차이들이 있지만 다이다이는 주로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에서 사용됩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다이다이로 붙자"가 대표적인 경우이지요. 따라서 다이다이는 상대방과 결판을 내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한편 요즘 우리말에는 각국의 말을 섞거나 원용하는 유행어가 많습니다. 세계화 영향입니다.

이들 말은 표준어로 채택되진 않지만 특정 세대 등에서 통용돼 서로가 잘 이해하는 단어군이지요. 사투리는 특정 지역에서, 은어는 특정 무리군에서 사용합니다. 세상사가 워낙 다양화 하면서 말도 각양각색으로 영역을 확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이런 언어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표준어를 만들어 최소한의 기준을 삼고 있습니다. 고유어의 뿌리를 지켜가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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