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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잔재를 찾아서] "방까이(반까이) 하라"가 일본말이라고?

정기홍 기자 승인 2024.01.25 18:09 | 최종 수정 2024.05.03 15:30 의견 0

부울경 지역은 유독 일본말 잔재가 많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입니다. 한때 우리의 방송이 재미 없을 때 부산에서 일본 방송이 잡힌다며 부러워했다는 말도 있었지요. 부울경에 남아 우리말처럼 오해되고 있는 단어들을 찾아나섭니다. 편집자 주

'반까이(방까이)'는 일상에서 일본어인 줄 알면서도 무심코 쓰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한자론 만회(挽回)나 회복(回復)입니다. 일본어로 발음하면 '반까이(ばんかい)'이지요.

손해나 손실을 봤을 때 자주 쓰는데 "다 까먹었었는데 겨우 방까이 했어" 등으로 씁니다.

반까이, 방까이, 반카이, 방카이 등으로 쓰는데 진주를 비롯한 부울경에서는 '방까이'로 듣고 쓰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상대적으로 더 자주 쓰는 곳이 있습니다.

언론사입니다. 은어는 아닌데 일설에는 '기자들이 쓰는 은어'라고 하지요.

기자 직업이 어렵다는 건 알려진 사실입니다. 취재도 해야지요, 취재한 것 갖고 기사(글)도 써야지요. 그것도 마감시간에 맞춰야 하니 하루 한 번씩 머리에 쥐가 나지요. 그래서 수명이 짧은 직업이라는 자탄도 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어느 경쟁 매체에서 기사 하나를 특종하면 다른 매체는 낙종을 하지 않습니까?

이럴 때 '반까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데스크(부장)가 통화를 하면서 거친 목소리로 "주일 내 특종 하나 해놔! 방까이 하란 말이야!"라고 명령조로 야단을 칩니다. 보통 특종 기사가 아침 신문에 실려 있기에 아침부터 기분을 잡치지요. 자초지종을 적은 시말서도 씁니다.

그때부터 낙종한 기자들의 '반까이 행동'이 시작됩니다. 무능한 기자로 찍히기 전에 특종 하나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다행히 특종을 하나 하면 '극복'이 됩니다.

반까이(방까이)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참고로 기자가 들은 일화 하나를 소개하며 끝내겠습니다.

최근까지 주요 중앙일간지 사장을 하던 이가 현장기자 때 하도 경쟁지 기자가 특종을 해대니 낮잠을 자면서 줄로 그 기자의 발을 묶고서 잤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자가 그 선배에게 점심을 같이 하다가 물어봤더니 빙그레 웃기만 하더군요.

인생은 낙종(삼진 아웃)도, 특종(홈런)도 함께하는 것이니 너무 신경을 쓸 건 아닙니다. 골(사망)로 갈 때는 모든 걸 평균 내고서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화이팅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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