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배우들 뒷풀이' 해운대 포장마차촌 60년 만에 아듀···39곳 24일까지 자진철거 합의
부산 명물촌 됐지만 시유지 무단 점거, 바가지 요금 등 불명예
구청, 철거 후 우선 공영주차장 활용, 생계 힘든 상인은 공공근로 알선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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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0 12:54 | 최종 수정 2024.06.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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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의 명물이자 전국으로 알려진 ‘해운대 바다마을 포장마차촌’이 80년 흔적을 지우고 사라진다.
이곳은 매년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해운대해수욕장을 찾는 영화배우들과 관광객들이 찾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운대 해변을 따라 줄지어 자리해 투박하지만 정겨운 부산 인심을 담아내면서 ‘해운대 밤바다의 낭만’을 선물해왔다.
20일 부산 해운대구에 따르면 전날 바다마을 포장마차촌 상인들과 포장마차를 오는 24일까지 자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구는 상인들이 각 점포를 철거하면 25일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잔재물 정리에 나선다.
구는 지난 1월 말 포장마차촌을 철거하려 했으나 상인들이 반발하며 1년 유예기간을 둘 것을 요청했다. 상인들은 “포장마차 주인의 대다수가 고령으로 재취업이나 창업이 어렵다”며 영업 연장을 호소했다.
구는 지난달 21일 철거 계고장을 포장마차촌에 보내며 자진 철거를 유도해왔다.
포장마차촌은 현재 ‘그동안의 성원에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시민, 관광객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40년간 이곳에서 포장마차를 했던 강영철 바다마을 상인회장은 "상인들은 그동안 해운대와 부산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해왔다. 아쉬움이 없을 수가 있겠나"며 "철거 소식을 들은 단골 손님들이 찾아와 위로해 주고 갔다. 그동안 정말 감사했다”고 소회를 말했다.
포장마차촌은 1960년대 초반 이곳에서 영업을 시작해 1970년대부터 해운대 해변을 따라 리어카 노점상이 자리했었다. 이후 포장마차가 난립하면서 강제철거와 단속이 반복됐으나 사라지지 않았다.
무질서하던 포장마차는 2002 한일 월드컵 개최에 앞서 구에서 정리에 나섰고 포장마차를 이곳으로 모으면서 모양과 규격을 통일시켰다.
상인회에 따르면 이곳에 포장마차촌이 형성되기 전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는 273개의 노점상이 있었고 이중 70여 개가 이곳으로 옮겨왔다. 지금은 39개만 남아 영업을 계속 해왔다.
당시 구는 점포 승계나 매매를 하지 못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상인들과 합의했었다.
이후 포장마차촌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세계 유명 배우들이 해운대 밤바다를 배경으로 라면과 바닷가재, 소주 등을 즐기는 것이 알려지면서 부산의 명물로 거듭났다.
하지만 시유지 무단점용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주위의 상인들을 중심으로 철거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바가지 요금도 줄곧 불명예로 불거졌다.
구는 2021년 철거 방침을 세웠지만 코로나19를 감안해 철거를 2년 6개월 미뤘었다.
구는 포장마차촌 자리에 우선 공영주차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여름 성수기에 차량으로 극심한 정체를 빅던 해운대해수욕장 해변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에게는 공공근로 등 일자리를 알선하기로 했다. 상인 5명은 인근에 점포를 얻어 영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 해운대구청장은 “자진 철거에 나선 상인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앞으로 포장마차촌을 주민과 관광객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