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 비율)을 연령대에 따라 매년 0.25~1%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올려 최종 13%까지 인상 ▲청년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 4%포인트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차등화 ▲인구구조 변화, 경제 상황과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이다.
보험료율은 청년층의 경우 최장 16년에 걸쳐 서서히 올리고 중장년은 이보다 빠르게 4년 안에 13%로 올린다.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한다.
연금개혁안의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세대별 보험료율 어떻게 오르나.
- 50대, 40대, 30대, 20대 이하(18~19세 포함)의 4개 연령층으로 구분해 해당 연령대에 속하면 보험료율을 일괄적으로 다르게 적용할 방침이다.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올리고, 40대 0.5%포인트, 30대 0.33%포인트, 20대 0.25%포인트씩 올릴 계획이다.
예컨대 1966~1975년생인 50대(내년 나이 기준)는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10%로 1%포인트 올리고 이후에도 매년 1%포인트씩 올린다. 다만 1966년생은 내년(59세)이 마지막으로 연금을 납부하는 해이므로, 최종 연금 보험료율이 10%로 끝나며, 67년생은 11%(2026년), 68년생 12%(2027년)로 마치게 된다. 69~75년생은 2028년 이후 13%의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50대의 보험료율 인상은 2025년부터 최장 4년째인 2028년에 끝난다. 40대는 50대의 절반인 0.5%포인트씩 매년 오르므로 최장 8년, 30대의 경우는 12년, 20대는 16년에 걸쳐 보험료가 오르는 셈이다.
다만 인상 도중에 나이대가 바뀌더라도 인상 폭은 변동되지 않는다. 예컨대 내년에 49세인 1976년생은 후년엔 50세로 50대에 편입되지만, 계속 ‘40대’에 해당하는 보험료율 인상 폭(0.5%포인트)을 적용받는다. 보험료가 점진적으로 인상되는 과정에 새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청년들은 가입 당시 동일 연령대가 납부하고 있는 보험료율이 적용된다.
▶차등 인상되면 내는 돈은 어떻게 달라지나. 갈등 요인은 없나.
- 연금보험료는 근로자와 회사가 절반씩 나눠 낸다. 월 급여가 300만원인 50세 직장인의 경우 현재 13만5000원(4.5%)인 월 보험료가 내년에는 15만원(5%)으로 1만5000원 오른다. 매년 월 보험료가 1만5000원씩 인상되므로 2028년엔 총 4년간 6만원이 오른 19만5000원을 내야 한다. 월 급여 300만원인 40대는 월 7500원, 동일 급여를 받는 30대는 4950원, 20대는 3750원이 오른다. 이런 정부 연금 개혁안이 적용되더라도 20대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12.9%로 50대(9.6%)보다 높다. 또 세대별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20세는 42%, 50세는 50.6%로 차이가 난다. 청년 세대가 더 많이 내고, 더 적게 받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 70%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현재로 올수록 받는 돈이 적다.
▶소득대체율 42%는 적절한가
- 정부는 개혁안을 통해 소득대체율을 42%로 제시했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이다. 연금의 소득 보장성을 보여주는 척도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40년을 전제로 한다. 소득대체율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였고 1999년 60%, 2008년 50%로 한 번에 내려갔다. 2009년부터는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 40%가 된다. 올해 소득대체율은 42%다. 정부는 소득대체율을 42%로 2028년 목표 대비 2%포인트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1대 국회 공론화 과정에서 노후 소득 보장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21대 국회에선 당초 국민의힘이 소득대체율 40%, 민주당 50%를 주장하다가 막판에 44%로 의견을 좁혔다. 하지만 이후 정부·여당이 44%는 최종 합의가 아니며 기초연금 등과 연계한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금법 처리가 무산됐다.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연금 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고 공정하게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전문가 의견은
- 연령대별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것에 대해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나이가 아닌 소득에 따른 지불 능력에 의해 보험료율이 결정된다는 사회보험의 원리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세대 간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세대 간 공정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개선하는 조치로 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공적연금 제도에서는 이례적인 방식이기 때문에 일부 보완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소득대체율(42%) 수준에 대해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기대수명이나 연금 가입자 수와 연계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자동 조정 장치까지 도입하면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나 빈곤 예방 기능이 한층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오건호 위원장은 “2007년 연금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이 하향 조정되고 있었는데, 이를 다시 인상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회 논의 등을 감안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내는 돈(보험료율)을 지금 올리는 이유가 뭔가?
- 지금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소득의 9%를 내고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40%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가 유지될 경우 연금기금은 2056년 고갈될 전망이다. 정부와 국회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제도를 개혁했지만 당시에는 받는 돈(소득대체율)만 낮추고 연금 받는 나이를 미뤘을 뿐 내는 돈은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저출산 고령화 추세까지 심화되면서 더 이상 내는 돈 인상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27년 만이 된다.
▶왜 연령대별로 인상률이 다른가?
-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당시 가입자 확보를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게’ 설계됐다. 보험료율은 소득의 3%였던 반면 소득대체율은 70%나 됐다. 이후 보험료율이 오르고 소득대체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기존 납입분에 대해선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인상률을 똑같이 할 경우 세대간 불평등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같은 인상률을 적용할 경우 59세 가입자에겐 평균 보험료율 7.8%, 소득대체율 56.5%가 적용되지만 18세 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율 12.8%, 소득대체율 42%%가 적용된다’고 했다.
▶연령대별 인상률은 얼마나 차이가 나나
- 50대는 4년간 매년 1%포인트씩 오른다. 40대는 8년간 0.5%포인트씩, 30대는 12년간 0.33%포인트씩, 18세~29세는 16년간 0.25%포인트씩 오르게 된다. 50대의 인상 속도가 20대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기준이기 때문에 20대가 30대가 된다고 인상률이 0.25%포인트에서 0.33%포인트로 높아지진 않는다.
▶ 예비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어떻게 되나.
- 국민연금에 가입할 때 해당 연령대 보험료율을 적용받는다. 예를 들어 2010년생이 23세가 되는 2033년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이때 20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 11.25%를 적용받고 이후 매년 0.25%포인트씩 인상된다. 2040년엔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이 13%가 된다.
▶ 소득대체율은 왜 42%로 정했나
- 현재 42%인 소득대체율은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갈 예정이었다. 기금 고갈을 가능한 늦추려면 소득대체율 역시 낮춰야 하지만 정부는 ‘노후 소득 강화도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43~45% 사이에서 논의했다는 사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될 경우 국민연급 도입 후 소득대체율이 반등하는 첫 사례가 된다.
▶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이유는.
-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미리 정해진 공식에 따라 수급액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연금개혁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이번 보험료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과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통해 기금고갈 시기가 현행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자동조정장치는 어떻게 작동하나.
- 현재는 수급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이 결정된다. 정부의 계획은 물가상승률에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율과 기대여명 증감율을 반영해 인상폭을 조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받는 수급자가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면 103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구 감소로 3년 평균 가입자 수가 1% 감소하고, 고령화에 따라 기대여명이 1% 증가했다면 3%에서 2%를 차감해 월 101만 원만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으로 평생 받는 연금액이 16.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지급 보장 의무를 법에 명시하는 이유가 뭔가.
- 현재 국민연금법에는 ‘국가는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명시적으로 국가가 연금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청년층 사이에선 ‘기금이 고갈되면 돈만 내고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컸다.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경우 연금 고갈시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청년층 불안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금 의무가입 연령도 늦춘다고 했는데.
- 개혁안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현재 59세에서 64세로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당초 60세였지만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3년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연금 가입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을 일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에서도 국민의 80.4%가 이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