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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경남뉴스 기자들의 미주알고주알] '탄핵' 단어, 일반인에게 써도 되나?

정기홍 기자 승인 2024.11.10 17:50 | 최종 수정 2024.11.12 20:55 의견 0

미주알고주알 어원이 흥미롭습니다. 미주알은 '창자의 끝 항문'을 뜻하는데,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에 '고주알'을 합친 말입니다. 어문학계는 고주알이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덧붙인 말로 해석합니다. 창자 밑구멍의 끝인 미주알은 '눈으로 보기 어려워 숨은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말하거나 캐묻는 것'을 뜻합니다. 더경남뉴스 기자들이 숨은 기삿거리를 찾아 '사랑방 이야기식'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10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불신임을 당한 임현택 회장. 임 회장 페이스북

오늘(10일) 오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탄핵'이 됐다는 속보 기사에 기자의 아내가 "일반인에게 '탄핵'이란 단어를 쓸 수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기자는 "응, 그렇겠지(쓸 수 있겠지)"라고 하다가 "가만 있어봐, 얼마 전에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정확히 모르겠네"라고 했습니다. 요즘 들어서 너무 자주 듣는 단어라 써도 되는가 보다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요.

기자가 이렇게 얼버무린 것은 단어의 뜻풀이는 물론, 법률 조항에서 '예외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탄핵'이란 단어는 법률용어일 뿐 아니라 단어 자체의 뜻풀이가 있습니다.

먼저 탄핵의 사전적인 뜻을 살펴봅니다.

탄핵(彈劾·Impeachment)은 '어떤 잘못의 실상을 논해 책망함'을 뜻합니다. 한자로 '따질 탄(彈)', '캐물을 핵(劾)'입니다. 어려운 한자이지만 '따지고 캐묻는다'는 것입니다.

법률적인 뜻은 일반 사법 절차나 징계 절차에 따라 소추나 징계가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에서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 이를 의회가 소추해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행위이자 절차입니다.

즉, 일반적인 사법 절차로는 처벌이 어려운 대통령 등 고위 공직자를 국회가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파면을 제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이지요. 이를 탄핵심판제도라고 합니다.

헌법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국무위원, 법관 등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상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 각부의 장(장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대법원장과 대법관, 판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등과 같이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파면을 할 수 없는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입니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발의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됩니다.

이후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 제출되면 헌재는 180일 이내에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탄핵 결정엔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중립 위반 등의 이유로 탄핵 대상이 돼 재적 의원 271명 가운데 193명이 찬성해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대통령 업무 정지 64일 만에 '중대한 법 위반'이 아니라며 탄핵안을 기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경우입니다.

국회는 2016년 12월 9일 최순실 국정농단, 비선 실세 비위 의혹, 대기업 뇌물 의혹 등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상정해 가결시켰습니다.

이어 헌재는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인용해 파면됐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인용은 처음이었습니다.

대통령의 경우 탄핵 확정 60일 안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합니다.

탄핵이란 말이 너무 남발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정치권에선 수사 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탄핵안을 잇따라 올립니다. 최근엔 검찰총장도 탄핵에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한 야당이 검사를 탄핵해 헌재에 올렸지만 기각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탄핵안을 올리는 근거와 주장이 있겠지만 다분히 정치적인 이권에 기댄 행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충분히 다른 법률에서 해결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지요.

탄핵이란 말은 '낭비', 즉 헤프게 쓰지 말고 되도록 아껴야 합니다. 그만큼 중대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을 삼가야 합니다.

이러다간 부부 간의 송사에서도 탄핵이란 말이 버젓이 사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는 탄핵이란 단어에 대한 '국민의 상식'을 해하는 것이겠지요. 탄핵 단어가 너무 남발돼 낭비되는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입니다.

오늘 의사협회 회장의 건도 당연히 '탄핵'이 아닌 '불신임'으로 써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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