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다가서면서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발견(2월 16일자 더경남뉴스 보도)된 이후 도롱뇽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지난 2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월령저수지 근처 개울가의 바위 밑에서 드러낸 모습을 담았습니다.
오는 5일이 개구리가 부쩍 오른 기온에 놀라 뛰쳐나온다는 경칩(驚蟄) 절기이니 겨우내 정중동의 동식물들이 움직일만합니다. 다만 요즘 도롱뇽 보기가 어렵습니다. 양서류인 도롱뇽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지난 2일 봄비 내리던 아침나절 포착된 도롱뇽의 모습입니다.
봄비가 내려 축축한 땅에 모습을 드러낸 도롱뇽. 몸의 색은 검거나 갈색 등 다양하지만 우리나라의 도롱뇽은 검은색이다.
도롱뇽은 같은 양서류인 개구리와 비슷하게 11월~2월 겨울잠을 자고 이른 봄에 나옵니다.
주로 습기가 많은 숲이나 논가, 바위와 돌 아래에서 지냅니다. 축축하기 때문이죠. 환경 오염에 특히 취약한 동물에 속합니다.
낮엔 바위 밑에서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개미, 지렁이 등늘 잡아먹는 먹이 활동을 합니다. 행동이 굼떠 멀리 이동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 어릴 때는 물 속에서 살면서 아가미로 호흡하지만 자라서는 폐와 피부로 호흡한다고 하네요. 다 커도 폐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피부로도 호흡을 하는 것이지요.
도롱뇽은 피부에 닿은 물 속의 산소를 빨아들이며 숨을 쉬기 때문에 메마른 땅에선 살기 어렵습니다. 양서류가 대체로 그렇습니다.
도롱뇽 모습. 몸통이 길고 피부가 매끈하다. 주둥이가 둥글고 눈이 튀어나왔다.
도롱뇽은 다리가 4개로 기어다닙니다. 긴 몸통에 피부가 매끈하고 꼬리가 길어 모양이 도마뱀과 비슷합니다. 성체 크기는 7~15cm입니다.
한국에서 서식하는 도롱뇽은 검은색을 띠고 눈이 튀어나오고 주둥이가 둥급니다. 위에서 보면 머리의 길이가 머리의 폭보다 약간 길어 타원형을 이룹니다. 몸통의 길이는 머리의 3배 정도이고 옆구리에서 꼬리까지엔 10~13개의 홈이 나있습니다.
도롱뇽의 발가락 수는 앞쪽 두 다리의 발가락은 4개, 뒤쪽 두 다리의 발가락은 5개입니다.
주둥이가 둥글고 눈이 튀어나온 도롱뇽 모습. 앞다리 발가락은 4개, 뒷다리 발가락은 5개다.
도롱뇽은 놀라울 정도로 신체 재생 능력이 있습니다.
위험을 느낄 땐 도마뱀처럼 꼬리를 스스로 끊고 도망갑니다. 중년 이상 분들은 어릴 때 도마뱀을 잡아 꼬리를 자르며 논 적이 있을 겁니다. 꼬리가 잘려도 피가 나거나 아무런 상처가 보이지 않지요. 도롱뇽도 비슷합니다.
도롱뇽이 인기척이 나자 바위 밑으로 숨고 있다. 낮엔 어두운 곳에 있어야 하는데 날이 어두컴컴하고 땅이 축축하자 착각해 바깥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롱뇽은 꼬리와 발가락과 같은 말단부, 턱, 심장도 재생할 수 있다네요. 어린 개체에서 뇌를 재생한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새싹을 뜯던 흑염소 한 마리가 움직이는 도롱뇽이 신기한 듯 코로 냄새를 맡고 있다. 흑염소의 아래쪽이 입이고, 한 뼘쯤 오른쪽은 눈이다. 그 위 하얀 부분은 염소뿔이고, 맨 오른쪽이 귀다. 먹성 좋은 흑염소는 탐색을 하다가 관심이 떨어진 듯 자리를 떴다.
도롱뇽이 위험을 느꼈는지 어두운 구석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 모습. 도롱뇽은 신체가 잘려도 재생 능력이 매우 커 도마뱀처럼 꼬리를 스스로 끊고 도망친다. 어릴 때 하굣길에 도마뱀이나 도롱뇽을 갖고 놀던 중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모습을 더러 경험했다.
다음 사진은 도롱뇽의 이동선을 짚어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도롱뇽은 땅 속이나 바위 밑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봄기운이 들면 깨어나 알을 낳기 위해 인근 물로 들어갑니다.
특히 이날처럼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면 축축한 땅으로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피부로 숨을 쉬는 양서류이기 때문입니다.
진성면 구천리 월영저수지 바로 위 골짜기 응달. 얼음이 아직 녹지 않았으나 이날 비가 얼음을 상당히 녹여 아래에 물이 많이 고였다. 이날 도롱뇽은 이런 주위 환경 때문에 나온 것으로 짐작된다.
저수지 변에서 물고기를 노리고 있는 백로 모습. 봄비가 와 축축해진 땅으로 나온 도롱뇽이 잡혀 먹힐 수 있다. 이 저수지엔 황새와 두루미, 기러기, 오리류 등도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도롱뇽으로선 매우 위험하다. 이상 정창현 기자
■참고용
▶도마뱀
도롱뇽과 비슷하게 생긴 도마뱀도 알아봅니다.
도마뱀은 도롱뇽처럼 양서류가 아니라 뱀과 거북과 같은 파충류입니다.
도롱뇽은 폐는 물론 피부로도 숨 쉬지만 도마뱀은 폐로만 숨을 쉬지요. 그래서 도마뱀은 열대 지방의 건조한 사막이나 온대 지방의 초원 등 다양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
도마뱀 참고 이미지. pixabay
도롱뇽은 피부에 비늘이 없고 도마뱀의 몸은 단단한 비늘로 덮여 있습니다. 비늘이 몸 안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거나 외부의 열을 차단해 줘 체온을 잘 조절합니다.
도롱뇽의 주둥이는 둥굴지만 도마뱀의 주둥이는 뾰족합니다. 발가락 개수도 도룡뇽과 달리 네 다리 모두 5개로 동일합니다.
도롱뇽과 도마뱀은 양서류와 파충류로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신체 부위의 일부가 잘려 나가도 다시 생겨나는 재생 능력을 갖추었다는 것입니다.
도마뱀은 천적과 마주치면 꼬리를 잘라 버리고 도망칩니다. 잘린 꼬리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지요.
천적이 잘려 꿈틀거리는 꼬리에 한눈을 판 사이에 도마뱀이 안전한 곳으로 피합니다.
새로 자란 꼬리는 뼈로 이뤄진 기존의 꼬리와 달리 연골과 비슷한 힘줄로 이뤄져 있습니다.
■사건 속의 도롱뇽
도롱뇽과 관련해서는 천성산 터널 공사 사건이 가장 유명합니다.
경남 양산시~부산 기장군 경계인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원효터널 건설 공사 직전 지율 스님 등이 환경단체인 ‘도롱뇽의 친구들’을 결성해 2003년 12월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원효터널 착공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소송 당사자에 '도롱뇽'이 들어 있었습니다. 공사를 하려는 터널 바로 위에 대규모 도롱뇽 서식지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환경 파괴 우려된다는 것이었지요.
정부 수립 이후로 소송 사상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자연물이 소송의 주체가 돼 화제가 된 사건입니다.
수년 간의 소송전이 벌어졌고 대법원은 터널 공사 재개에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도롱뇽은 도롱뇽목 도롱뇽과에 속하는 양서류로서, 자연물인 도롱뇽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며 각하했습니다.
지율 스님이 무기한 단식을 하면서 큰 이슈가 됐습니다
하지만 터널 완공후 수년이 지난 뒤 터널 위 도롱뇽 서식지엔 터널 공사 전보다 도롱뇽이 더 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환경단체의 과도한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됐지요.
이 말고도 도롱뇽은 일명 '개구리 소년 사건'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1991년 지금과 같은 3월 봄날, 대구 성서초교생 5명이 대구 와룡산으로 개구리와 비슷한 도롱뇽의 알을 찾으려 나가 실종됐었습니다.
이 사건은 11년 6개월 간 국내 최대 관심 사건이었는데 2002년 9월 도토리를 주우러 와룡산을 찾았던 한 시민이 암매장 유골을 발견하면서 마무리 됐습니다.
아직 범인이 누구인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