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나 교미까지?"
16일 오전 경남 진주시 진성면 월령저수지 아래 개울에서 발견한 개구리들의 모습입니다. 동면(冬眠·겨울잠)에서 언제 깨어났는지, 개구리의 별난 짝짓기 장면입니다.
지난해에는 3월 중순에 이 골짜기에 들렀다가 비슷한 모습을 찍어 소개했는데 개구리가 2월에도 잠에서 깨나 봅니다.
정월대보름(12일) 직전까지 차가운 강풍과 함께 강설(强雪)이 내리는 등 '입춘 한파'가 몰아치다가 며칠간 날씨가 풀렸습니다. 이날 이곳을 지나다가 얇게 언 얼음 밑에 있는 개구리를 우연히 발견해 휴대전화에 담았습니다.
몸집이 작은 수컷 개구리가 몸집이 큰 암컷의 등에 올라타 교미를 하는 모습. 몸체 일부가 살얼음 위로 올라와 있다. 날씨가 풀린 2월 초에 겨울잠에서 깨어나 개울로 내려왔다가 정월대보름 직전 맹추위로 다시 얼음이 얼어 물 밑에서 지낸 듯하다.
절기로는 지난 2월 3일 입춘(立春)을 지나 오는 18일 우수(雨水)이고 이어 보름 후인 오는 3월 5일이 경칩(驚蟄)입니다. 우수엔 대동강 물도 풀리고, 경칩엔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따뜻해진 날씨에 깜짝 놀라 깬다고 합니다. 경칩은 한참 남았습니다.
개울에 모습을 드러낸 개구리들이 절기에 맞춰 나왔는지 모르지만, 며칠 전만 해도 추위가 맹위를 떨쳐 다소 의외였습니다. 요즘은 기후 온난화로 늦겨울 날씨가 따뜻하면 1월에도 알을 낳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개구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바로 교미를 하고 산란을 시작한다는군요. 보통 한 마리가 100~300개의 알을 낳지만 종류에 따라 1000개 정도를 낳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구리는 교미를 할 때 수컷의 앞다리의 첫 번째 발가락에 '생식혹'이 자라고 이 혹은 암컷 위에 올라탄 다음 떨어지지 않도록 해준다고 합니다. 생식혹은 경쟁 수컷을 밀쳐내는 역할도 한답니다. 짝짓기가 끝나면 없어집니다.
암수컷이 이처럼 붙어 있는 것을 교미라고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생식기는 없습니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곧바로 그 위에 정자를 뿌려 수정시킵니다. 몸밖에서 수정이 이뤄지는 체외수정을 합니다.
개구리는 짝짓기할 때 수컷이 암컷의 등에 올라타서 몸을 포갠 뒤 끌어앉고 있으면 암컷이 알을 낳습니다. 낳은 알 위에 수컷이 정자를 뿌리면 수정이 됩니다.
개구리 등 주로 물속에서 알을 낳는 양서류는 이런 체외수정을 합니다. 알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물살이 세지 않고 잔잔한 곳에서 교미를 합니다. 물이 고인 웅덩이나 논 등에서도 알을 낳습니다.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들이 개울에 서로 몸체를 밀착해 엉겨붙어 있는 모습. 아예 움직임이 없다. 물이 얼어 있고 차가워 활동을 할 단계는 아닌 듯하다. 같이 간 개가 개울물에 들어서면서 교미를 한 상태의 암수 개구리만 남고 엉겨있던 다른 개구리는 떨어져 잽싸게 돌멩이 아래로 숨어버렸다.
함께 모여 있던 개구리들이 개가 물을 건드리자 흩어지며 바위 속으로 숨고, 이 중 두 마리가 얼음 아래 물 속에서 유영을 하고 있다.
몸집이 큰 암컷이 등에 탄 작은 개구리를 업고서 다리를 쭉 뻗어 움직이는 모습. 죽은듯 가만히 있다가 개가 옆에서 기척을 하자 움직였다.
작은 돌멩이를 개구리 주위에 던졌더니 움직인다. 얼음 아래 그려진 동그란 물결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듯하다.
얼름 아래 물 속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는 모습. 암컷 등에 앉아 교미 중인 수컷 개구리는 떨어지지 않는다.
유영을 하던 개구리가 물이 고인 개울 바닥으로 다시 내려가 앉았다. 아직 헤엄을 치기엔 물이 차갑다는 의미다. 이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줌 업해 교미 중인 개구리를 클로즈업 한 모습. 얼음이 녹은 곳으로 몸을 드러냈지만 수컷은 등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벌써 겨울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체가 큰 암컷이 벌러덩 눕더니 배를 드러내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등 뒤엔 수컷이 딱 달라붙어 있다. 아직 정상적인 활동을 할 정도의 수온이 아니고 겨울잠에서 막 깨어나 힘이 모이지 않은 것 같다. 이상 정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