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봄꽃을 먼저 시작합니다. 설명은 가능한 한 줄여 독자들의 기호에 맡깁니다. 편집자 주
지난 12일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배나무꽃과 비슷한 햐얀 꽃을 보고 담았습니다. 어릴 때 보던 돌배나무꽃과 배나무꽃과 비슷해서 찍었습니다. 도심에선 보기 어려운 꽃이니까···.
호기심에 꽃사진을 찍고선 화단에서 나와 봄볕에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에게 "저기 꽃 핀, 저나무 무슨 나문지 아세요? 배나무꽃과 비슷해 보이는데"라고 물었습니다.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70대 초반의 한 분이 반응을 보이더니, 퉁명스레 "배나무꽃은 아냐. 열매가 좀 길쭉한 건데, 이름이···"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찾아서 '팥배나무꽃'임을 알았다.
"그럼 돌배나무 사촌 쯤 되나?"
▶4월 12일 촬영
4월 중순 아파트 단지에 핀 팥배나무꽃 모습. 꽃봉오리들이 막 꽃잎을 열고 있다.
팥배나무는 이름이 연관된 배나무와 거리가 멀고 장미과인 마가목주와 더 가깝습니다.
열매가 팥처럼 작고, 꽃이 배꽃과 닮았아 팥배나무라고 부릅니다. 감당(甘棠)이라고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감당나무를 사랑한다'고 하면 '정치를 잘하는 사람에 대한 사모'를 뜻한다고 하네요.
이는 주대(周代) 연나라의 시조로 선정(善政)을 베푼 소공(召公)은 순시 때마다 감당나무 아래에서 송사(訟事)를 판결하거나 정사(政事)를 처리했다고 해서 유래됐습니다.
팥배나무는 떡갈나무의 잎(갈잎)의 큰키나무로 10~15m를 자랍니다. 기자가 찍은 나무는 키가 작아 아직 어린 나무입니다.
봄의 꽃과 가을 열매가 나무의 외향과 잘 어울려 관상용으로 가로나 정원, 공원에 많이 심습니다.
꽃이 많이 피고 꿀샘이 깊어 밀원식물(蜜源植物·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이 되는 식물)로도 이용된다고 합니다. 또 빨갛게 익은 열매는 겨울에도 매달려 있어 공원의 조류 유인 식물로 좋습니다. 나무는 가구재, 공예재로 활용됩니다.
꽃잎을 확대해 찍은 모습
하얀 꽃잎과 자주색 꽃술 모습
꽃의 구조(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용 자료).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KOCW 서비스 캡처
꽃은 4~6월에 가지 끝의 산방꽃차례에서 6~10개의 흰꽃이 모여 피는 양성화입니다.
참고로 '산방꽃차례'란 가장 바깥쪽 꽃자루가 안쪽 꽃자루보다 더 길어 꽃들이 평면을 이루는 꽃차례를 말합니다. '꽃차례'는 가지에서 자라난 꽃대에 꽃이 피어 이룬 모양입니다. '양성화'란 한 꽃 속에 수술과 암술이 모두 있는 꽃으로 벚꽃, 진달래꽃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꽃은 지름 1cm 정도라는데 기자가 찍은 나무는 개량종이어선지 이보다 조금 더 컸습니다.
잎이 훨씬 길고 열매가 1cm가 넘는 왕잎팥배나무, 잎 뒷면의 털이 끝까지 떨어지지 않는 털팥배나무가 있습니다.
잎은 타원 모양으로 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겹톱니가 있습니다.
열매는 9월에 열리는데 지름 1cm 정도 되며 팥 모양과 비슷한 타원 모양이며 빨갛게 익습니다. 열매는 떨어지지 않고 겨울을 난다고 합니다.
▶4월 176일 촬영
이상 정기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