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몇 년간 발생한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을 해충(응애) 탓이라고 보고 방제 강화, 피해 농가 지원 등에 나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내용의 꿀벌 피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꿀벌 실종 사태란 최근 수년간 양봉 농가가 기르는 벌통 속 꿀벌 수십억 마리가 겨울을 지내며 감쪽같이 사라진 현상이다. 원인으로 기후 변화, 해충, 농약 등이 거론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판명되지 않았다.
농식품부는 현재 조사가 다 끝나지 않았지만 올해 겨울 양봉 농가의 피해 규모가 지난해 겨울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겨울엔 전체 벌통(봉군)의 약 15%인 벌통 40만개가 피해를 보았고, 꿀벌이 월동 전인 지난해 9∼11월에도 벌통 40만∼50만개가 피해를 입었다고 추산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꿀벌 농가 벌통 수는 247만개로 1년 전(269만개)보다 8% 남짓 감소했다.
농식품부는 동절기 전 피해 발생 원인으로 꿀벌의 천적인 흡혈 진드기 응애를 꼽았다.
플루발리네이트 등 특정 성분을 가진 방제제를 장기간 사용한 탓에 응애가 방제제에 내성이 생겼고 꿀벌들을 죽였다는 것이다.
김정욱 농식품부 축산정책관은 “농가들이 방제 적기인 7월에 꿀이나 로열젤리를 생산하기 위해 방제를 충분히 하지 않았고, 응애가 확산된 이후에는 방제를 과다하게 사용해 꿀벌의 면역력을 낮춘 점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피해 대책으로 피해가 적은 농가의 벌통에서 벌을 키워 오는 4월 말까지 피해 농가에 벌통을 나눠주기로 했다. 또 이자율이 연 2.5%인 농축산경영자금 대출 및 500억원 규모 지방자치단체 재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원하는 방제제에 응애 내성 성분을 제외해 올해 6∼10월 응애를 집중 방제하기로 했다.
이 말고도 매주 수요일을 집중 방제의 날로 정해 이행을 점검하고 병해충 예찰 주기도 기존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늘린다.
지자체별로 꿀벌질병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양봉산업 법령을 개정해 양봉업 신규 등록 농가의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기 위한 연구도 시작한다. 양봉 농가는 피해의 주 원인을 기후 변화로 보고 있다.
농가들은 지구 온난화로 월동 중인 꿀벌이 벌통 밖으로 나왔다가 얼어 죽거나 꽃이 일찍 펴 먹이인 꿀을 충분히 따지 못해 꿀벌이 실종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기후 변화와 꿀벌 실종 사태의 상광 관계 연구도 본격 착수한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 등은 지난해 1∼2월 민관 합동 조사를 벌여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응애, 이상 기후 등을 지목한 바 있다.
김 축산정책관은 “지난해 4∼8월 농가 추적 조사를 하고 전문가 의견을 들은 결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내성이 있는 응애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기후 변화의 영향이라면 모든 농가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데 관리를 잘한 농가들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꿀벌은 종자식물의 수술 화분을 암술머리로 옮기는 수분 역할을 해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 급감은 식물을 비롯한 식량 위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다만 김 축산정책관은 “한국의 꿀벌 사육 밀도는 1㎢당 벌통 21.8개로 일본의 34배, 미국의 80배인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생태계에선 나비와 야생벌 등에 의한 화분 매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꿀벌 개체 감소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