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민주당 의원의 인사 청탁을 받은 뒤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는 내용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김 비서관이 언급한 ‘훈식이 형’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현지 누나’는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3일 뉴스핌 등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 표결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비서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모습이 뉴스팀 카메라에 잡혔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문자에는 홍성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를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비서관은 알았다는 의미의 답을 했다. 뉴스핌 제공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문자에는 홍성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를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 수석은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거니까 아우가 추천좀 해줘봐’ 라고 전달했다. 뉴스핌 제공
문 의원은 “남국아 (홍성범은) 우리 중대(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했다. 이어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 해줘봐”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 비서관은 “넵 형님, 훈식이형이랑 현지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했고, 문 의원은 “맞아 잘 살펴줘”라고 답한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잡혔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은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그동안 떠돌던 '김현지 실세설'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그동안 김 부속실장은 대통령 최측근으로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로 불렸지만,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해 왔다.
강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같은 공세를 펴고 있다. 비서실장은 인사위원장이다. 그는 그동안 측근과 실세 인사는 없고 시스템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동안 정권의 낙하산 인사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전 국민을 상대로 인사 추천을 받겠다고 대국민 약속까지 했다.
국민의힘은 "즉각적인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력 요구했고 민주당에서도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사과했다.
이 내용이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즉각 해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문 의원이 부탁한 내용은 홍성범 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상무를 강 비서실장과 김 부속실장에게 KAMA 회장으로 추천해 달라는 것이다.
KAMA는 완성차 업체들이 참여하는 민간 단체다. 대통령실이 인사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다. 더구나 대통령 일정 관리하는 김 부속실장은 인사 업무와는 더더욱 관계가 없는 위치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공직자 후보를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최순실(최서원) 씨가 대표적이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정부의 인사 농단 실체가 드러났다. 현행범”이라며 “김현지 실세설이 입증됐다. 김현지 실장이 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자리까지 주물럭댈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이날 김 비서관을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비서관의 행위에 대한 여론의 비판은 커지고 있다. 그는 의원 시절 국회에서 대규모 가상화폐 거래한 사실에 밝혀져 엄청난 비난과 함께 파장을 몰고 왔었다.
김 비서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동문이고 강 비서실장은 건국대, 김 부속실장은 상명대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