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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현 기자의 고샅길 산책] 남해의 솔섬이 빚은 해돋이 모습들

정창현 기자 승인 2022.02.04 08:30 | 최종 수정 2024.07.13 12:52 의견 0

더경남뉴스가 지난 2022년 2월 4일 언론 매체로서 첫 출발을 했습니다. 이날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일로, 더경남뉴스의 '시작의 의미'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더경남뉴스 정창현 발행인이 경남 남해 앞바다 추도에서 담은 상스러운 해돋이 모습을 더경남뉴스의 힘찬 출발과 함께 독자분들께 듬뿍 전합니다.

정 발행인은 앞으로 '고샅길' 의미처럼 숨겨져 있는 구석구석을 찾아 '호흡이 긴' 사진 여행을 합니다. 좋은 연재물이 되도록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촬영을 하기 위해 더경남뉴스가 위치한 경남 진주에서 꼭두새벽에 '애마'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습니다. 새벽이라 두둑한 외투를 갖춰 입었는데도 추웠습니다.

진주를 벗어나 사천시 삼천포대교를 거쳐 창선대교를 지나니 크고 작은 섬들이 제 속살을 보이며 길손을 맞이합니다. 바람은 불지만 조용한 새벽 풍경이 그저 아름답습니다.

숨은 일출명소인 솔섬이 제대로 보이는 추도에 도착했습니다. 솔섬은 넓은 바다의 중간에 다소곳이 자리한 아주 작은 섬입니다. 솔섬을 먼 배경으로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아침 7시쯤에 해돋이 장면을 잡을 준비는 모두 끝냈습니다.

지금부터 '솔섬의 시간'이 빚어낸 일출 비경(祕境)을 한장씩 넘겨보겠습니다. 솔섬은 앙증맞게 자리한 섬에 수십그루의 소나무가 해풍을 이겨내고 자라 붙여진 이름입니다.

위의 사진은 점점 붉어지는 섬의 일출 전 여명(黎明)입니다. 옅지만 검붉은 여명이 빚어내는 분위기입니다. 대체로 날이 밝아오면 처음에는 푸른색을 띠다가 보라색으로 바뀌고, 곧이어 붉어집니다. '여명'은 새벽에 밝아오는 희미한 빛이란 뜻으로 '새벽'보다 희망의 의미가 더 강합니다. 문학적인 분위기도 더욱 진하게 뭍어나는 낱말이지요.

아침 7시37분, 해의 머리부분이 수평선 위로 솟았습니다. 선명하게 붉은 해와 그 잔영(殘影)이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특별한 순간입니다.

사진 오른쪽은 솔섬의 옆부분이고, 해의 앞 울타리처럼 보이는 것은 그 유명한 남해의 죽방(竹防)입니다. 수평선과 죽방 위로 날아오르는 새 한마리가 잘 어우려져 한 폭의 황홀한 해돋이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죽방은 대나무로 만든 말뚝을 바다 밑에 박아 부채꼴 그물을 치고서 멸치를 잡는 옛날식 어구입니다. 남해와 사천 지역에만 남아 있는, 원시어업 형태인 죽방렴(竹防簾)입니다.

여기에서 잡히는 멸치를 '죽방멸치'라고 하는데 남해산 최고급 특산물입니다. 일반 멸치처럼 그물로 잡지 않고 청정 해역의 빠른 유속에 의해 멸치들이 죽방렴 안으로 들어와 비늘과 몸체가 손상되지 않게 건져올릴 수 있지요. 죽방렴 설치와 어장 면허는 제한돼 있어 소량 생산된다고 합니다.

카메라 앵글 속 찰나의 순간, 나는 새가 날개짓을 바꾸어 비상하는 모습을 보니 힘차 보입니다. 신생 매체로 시작하는 더경남뉴스의 강한 의욕처럼 느껴져 저로서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비슷한 시간에 더 많이 셔터를 눌렸습니다. 찰랑거리는 바다 물결이 햇빛에 비치어 윤슬처럼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위의 사진은 일출이 완성된 모습입니다. 하루의 일상을 함께할 햇살이 아침의 상큼함 만큼이나 신선하고 벅찹니다. 해오름 현장이 아니고선 느끼기 힘든 분위기이지요.

잘 보시면 일출의 모습이 부호 오메가(Ω)와 비슷합니다. 사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오메가 일출'이라고 부릅니다.

오메가 해돋이를 카메라에 담기란 쉽지는 않습니다. 바다의 특성상 해무(바다 구름)가 자주 나타나 방해를 하기 때문이지요. 떠나기 전에 기상 상태를 우선 점검해 바람이 불고 구름이 없는 날을 택합니다. 추운 날이 이런 조건을 잘 갖춰줍니다.

이들 조건이 좋아 카메라 앵글이 잘 잡히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이런 맛에 사진기를 둘러메고 숨은 곳들을 찾고 또 찾습니다. 셔터의 누름은 어쩌면 마약과도 같은 매력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또다른 해맞이 맛을 드리기 위해 분위기를 달리한 사진을 싣습니다.

같은 장소에서 찍었지만 분위기는 한폭의 수묵화처럼 꽤 다르지요. 찍고 나서 보정작업을 거쳤습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사진 필름을 인화할 때 색상을 빼고서 흑백으로 만드는 것과 같은 기술입니다.

해가 바다 수평선 한참 위로 올랐습니다. 솔섬과 방죽, 구름띠, 그리고 때에 맞춰 들어선 어선이 잘 어우러집니다. 고즈넉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잘 짜여진 한폭의 수묵화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남해에는 알려진 일출 명소도 많습니다. 남쪽의 금강산이라 불리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기 전에 백일기도를 했다는 금산의 보리암,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다랭이마을, 독일 파견 동포들이 귀국해 모여 사는 독일마을, 삼동면에서 미조항에 이르기까지 20km에 달하는 물미해안도로 등은 사진 애호가들이 많이 찾는 곳입니다. 그냥 가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독자 여러분들께 약속을 드립니다. 저희 더경남뉴스 취재진은 하나 하나의 기사에 생각을 깊게 담고, 보다 멀리 내다보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일념으로 좋은 기사들을 생산해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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